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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민대학, 정규 대학 못잖네… 한국어 강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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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시민대학, 정규 대학 못잖네… 한국어 강좌도

입력
2012.07.02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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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을 대상으로 평생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독일의 시민대학에 관한 이야기 하나. 한 시민대학 학장은 몇 해 전 만우절 다음과 같은 신문 광고를 냈다. 제목은 '거리 청소법 집중 강좌'로 ▦거리 청소의 역사적 사회적 의미 ▦빗자루, 쓰레받기 등 청소도구의 구조와 재질 ▦청소도구의 올바른 활용 기술과 자세 등을 강의한다는 내용이었다. 실제 강좌 계획은 없었던 '만우절 이벤트'였지만 100여명의 시민이 광고를 보고 강좌 등록을 하기 시작했다. 당황한 시민대학 학장은 결국 실제 '거리 청소법 강좌'를 개설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 이 강좌에는 간부들의 명령을 받은 시청 공무원들, 아내에게 떠밀린 남편들, 독일 문화를 배우러 관광 왔던 영국인들이 단체로 등록을 했다고 전해진다.

매사에 진지하고, 이론과 체계를 중시하는 독일 사람들의 특성을 빗댄 이야기지만 그만큼 다양한 독일 시민대학 프로그램의 특징을 설명해 주기도 한다.

지난달 20일 독일 쾰른 시민대학. 2012년 상반기 강좌 프로그램에는 5개의 기초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있었다. '초보 한국어'와 4학기에 걸친 '한국어 기초과정'으로 강좌당 수강료는 80~120유로 수준. 쾰른 시민대학 관계자는 "이곳 한국어 강좌는 한국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일 사람, 한국과의 교역 증가로 한국 회사와 일을 해야 하는 비즈니스맨 등이 수강한다"고 설명했다.

학위 과정이 아닌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강좌지만 쾰른 시민대학의 어학 강좌 프로그램은 무려 31개 언어에 달할 정도로 다양하다. 외국인 이민자를 위한 독일어 강좌부터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 포르투갈어, 덴마크어, 핀란드어, 폴란드어 등 독일 인근 국가들의 언어는 기본. 한국어를 비롯해 중국어, 일본어, 태국어, 베트남어, 인도네시아어, 아랍어, 힌두어 등 아시아 국가의 언어에 라틴어, 히브리어, 고대 그리스어 강좌까지 개설돼 있다. 쾰른의 이웃 도시인 본 시민대학에도 비슷한 규모의 외국어 강좌 프로그램이 있으며 마찬가지로 한국어 강좌가 개설돼 있다.

독일 시민대학협회의 우베 가르텐슐레거 부회장은 어학 강좌가 발달한 이유에 대해 "프랑스, 스위스, 덴마크,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체코, 폴란드 등 독일과 국경을 접한 나라가 다양해 외국인과 업무적으로 연관되는 일이 많고, 독일어를 배우려는 이민자들과 모국어를 배우려는 이민자 2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시민대학의 커리큘럼에 따라 어학 자격증을 받을 수 있는 점도 어학 강좌에 시민들이 몰리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어학 프로그램의 관리도 철저하다. 본 시민대학의 잉그리드 숄 학장은 "인터넷이나 홍보전단을 보고 어학 강좌를 신청하러 오는 시민들은 먼저 상담을 하게 된다. 상담을 통해 언어를 처음으로 접하는 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배운 적이 있는지 여부를 판단해 이에 맞는 강좌를 선택하게 되고, 코스를 끝마치면 또 상담을 해 어느 정도 성취를 했는지 파악한다. 일반적으로 3개월 과정이며 초급과정은 80유로, 중ㆍ고급 과정은 200~250유로의 수강료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독일시민대학협회에 따르면 독일의 시민대학은 16개 주에 걸쳐 1,000여개가 운영되고 있으며 900만명이 연간 66만개의 강좌에 참여하고 있다. 이 가운데 어학 프로그램은 독일 전체 시민대학 강좌의 41.8%에 달한다. 이밖에 건강 관련 강좌가 18%, 직업교육 강좌가 14.7%, 문화 예술 강좌가 11.1%로 인기가 높다. 정치ㆍ사회ㆍ환경 관련 강좌의 비율도 5.4%로 적지 않다. '유럽경제공동체의 통합과 이민 문제', '돈에 대한 욕망, 철학적 성찰', '유럽국가들의 다문화 정책 비교' 등 수준 높은 정치, 철학, 사회 강좌 프로그램도 개설돼 있다.

독일의 시민대학은 바이마르공화국 시대인 20세기 초 전국적으로 설립된 후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민주시민과 자립형 인간의 양성을 목표로 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역별로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운영 예산의 약 60%를 자치단체와 주정부, 유럽연합 등에서 지원받는다. 초등학교부터 대학까지 거의 무상교육이 이뤄지는 독일에서는 가장 수강료 비중이 높은 편이다.

쾰른ㆍ본(독일)=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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