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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신·구 끝판왕, 김용수 감독-오승환의 유쾌한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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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라운지] 신·구 끝판왕, 김용수 감독-오승환의 유쾌한 대화

입력
2012.07.0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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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프로야구 '전설'의 마무리와 그 전설 위에 새 이름을 아로새긴'끝판왕'이 만났다. 김용수 전 LG 투수코치(52ㆍ중앙대 감독)과 오승환(30ㆍ삼성)이 스포츠한국 창간 8주년(6월28일)을 기념해 뜻 깊은 자리를 함께 했다. 김용수는 1985년 MBC 청룡에서 데뷔해 2000년 은퇴할 때까지 프로야구 통산 최다 세이브(227세이브) 기록 보유자였다. 여기에 프로야구 유일의'100승(126승)-200세이브'를 기록했고, 90년엔 선발로 94년엔 마무리로 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명실공히'전설'의 반열에 올라섰다.

오승환이 13년 만에 김용수의 통산 세이브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오승환은 1일 대구 넥센전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 올 시즌 16차례 구원 성공으로 통산 228세이브째를 기록했다. 2005년 프로에 입문한 오승환은 3차례 세이브 1위에 올랐고, 2006년엔 아시아 신기록(47세이브)을 수립한 현역 최고 마무리다. 오승환의 신기록에 즈음해 삼성의 서울 원정 숙소에서 이뤄진 신구 최정상 마무리의 대담은 시종일관 유쾌하게 진행됐다.

김용수"500세이브도 가능", 오승환 "선배님 못 따라가"

김용수(이하 김)=정말 축하한다. 기록은 깨지게 돼 있다. 꾸준히 몸 관리만 하면 500세이브까지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오승환 하면 마무리라는 말이 확 떠오를 수 있도록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워주길 바래.

오승환(이하 오)=감사하고 영광입니다. 기록에 대한 의식은 크게 하지 않았지만 기분은 좋습니다. 500세이브는 너무 먼 일 같습니다.

(김)=아니다. 앞으로 30세이브씩 5년만 해도 거의 400세이브가 될 테고 2,3년 정도를 더 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단 체력 관리가 문제다. 나이가 들어서는 스피드만 가지고는 안 되니까 변화구와 제구력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그 점만 된다면 마무리는 37, 38세까지는 충분히 할 수 있다.

(오)=저도 마무리를 맡으면서 최고라는 소리를 듣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점도 많이 있고요.

(김)=나는 알다시피 전문 마무리 투수가 아니었다. 227세이브라는 숫자도 오랜 기간 깨지지 않은 탓에 시간이 갈수록 대단해 보였을 뿐이다. 내가 운동할 때는 선발과 마무리의 개념이 없었다. 3이닝, 4이닝 마무리가 수두룩했다.

(오)=선배님 말씀이 맞습니다. 그 때와 지금은 환경이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여러 모로 어려웠던 시절에 야구하셨던 선배님 기록이 훨씬 값어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억에 남는 경기 없는 마무리는 외롭다

(김)=1986년에 MBC가 9연전을 치른 적이 있는데 내가 3승5세이브를 했다. 그 해 아마 거의 180이닝(178이닝) 가까이 던졌을 것이다. 227세이브가 큰 기록이 될지도 몰랐을 뿐 더러 거의 매일 경기에 나가고, 3이닝 이상 던진 것도 워낙 많아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경기는 없다. 그런데 롯데에게는 유독 약했다. 강타자들이 많은 해태는 오히려 무섭지 않았는데 1번부터 9번까지 죄다 맞히는 스타일이었던 롯데 타자들을 상대하는 게 쉽지 않았다.

(오)=저도 첫 번째 세이브조차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단 올해 5월13일 잠실 LG전에서 9회 등판해 연속 안타를 맞고 위기에 몰렸다가 어렵게 세이브한 경기는 떠오르네요. 아마 그 경기에서 블론 세이브를 했더라면 올 시즌이 꼬였을 것 같아요. 위기를 잘 넘겨 지금까지 순조롭게 오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6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던 롯데전(4월24일)은 차라리 쉽게 털고 넘겼죠.

(김)=마무리는 블론 세이브를 했을 때도 쉽게 털어 버려야 한다. 나도 잘 하다가 어느 날 한번 졌더니 팬들이'방화범'이라고 부르더라. 실패했을 때도 대수롭지 않게 여겨야 하고 마음에 담아 두면 안 된다. 선수들에게 미안하다는 한 마디만 하면 된다.

(오)=얼마 전에 일이 있었던 (봉)중근이형 마음을 이해할 것 같아요. 2시간30분을 이기다가 3분 만에 졌으니…. 저도 롯데전 블론 세이브 당시 화도 나고 힘들기도 했지만 결국 잊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꾸준한 자기 관리만이 롱런의 비결

(김)=LG 2군에서 코치할 때까지도 나는 오전 7시면 구리구장에 나갔다. 러닝을 하루도 빼 놓지 않았다. 선수 때는 오죽했겠나. 나를 모범적인 이미지로 보는 사람도 많지만 현역 시절 술, 담배도 즐겼다. 대신 아무리 술을 많이 마셔도 다음 날 경기에선 더 열심히 뛰었고, 더 좋은 성적을 냈다. 프로에서 딱 두 번 밖에 다치지 않은 것도 몸 관리를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오)=저도 러닝 훈련엔 대학 때부터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삼성 입단 후에도 꾸준히 체력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김)=야구는 서른 살이 지나서야 눈을 뜬다. (오)승환이는 이제 서른이니 스피드에 준하는 변화구를 하나 더 장착하고, 몸쪽 승부를 더 과감하게 한다면 누구도 깰 수 없는 대기록을 세울 것이다.

(오)=선배님 말씀을 새겨 듣겠습니다. 선배님의 명성에 못 미치겠지만 최고 마무리의 대를 잇는다는 자존심으로 열심히 뛰겠습니다.

정리=성환희기자 hhsung@hk.co.kr

사진=윤관식기자 new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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