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년의 성적표는 발효 전에 비해 무역흑자가 8분의 1수준으로 급감해 유럽 재정위기라는 돌발변수를 감안하더라도 합격점을 넘기 힘들어 보인다. 특히 그간 정부가 강변해 온 'FTA 만능론'도 냉정한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한 EU FTA가 발효된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15일까지 대 EU 수출은 487억달러, 수입 469억달러로 1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140억달러 흑자와 비교하면 8분의 1수준으로 급감한 것이다. 무역흑자 축소는 FTA 혜택을 못 받는 품목의 수출이 크게 줄면서 전체적으로 수출이 12.1% 감소한 반면 수입은 13.5% 늘었기 때문이다. 수출 증가 혜택은 관세가 철폐되거나 내려간 자동차(38%)와 자동차부품(15.8%) 등 일부 품목에 국한됐다. 반면 관세 인하혜택을 못받은 선박(-47.3%), 무선통신기기(-40.7%), 반도체(-44.1%) 등은 수출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 반면 수입은 전년 대비 13.5% 증가했다. 시계(51.1%) 가방(35%), 신발(31%), 화장품(10.2%) 등 주로 유럽산 고가 제품들이다.
다행히 극심한 피해가 우려됐던 1차산업 피해는 예상보다 적었다. FTA 발효 후 EU 농수산식품 수입액은 26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4% 늘었고 EU로의 수출액은 3억5,300만달러로 6% 증가했다. 하지만 수입 물량은 138만5,000톤으로 12% 감소했다. 민감품목인 돼지고기와 닭고기 도매가격도 FTA 발효 이후 큰 변동이 없었다.
외국인투자도 FTA 발효 이후 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이 전년보다 35% 증가한 37억7,000만달러를 나타냈다. 특히 신규공장과 사업장 설립 등 고용창출과 관련된 그린필드형 투자(42%)가 늘었다. 재정부 관계자는 "투자 증가를 모두 FTA 효과로 볼 수는 없지만 일정 부분 투자 증가에 기여했다"고 말했다.
LG연구원 김형주 연구위원은 "유럽 위기로 수입 수요가 위축된 데다 유로존 위기로 유로화가 평가절하되면서 국산 제품의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 걸 감안하면 EU와의 FTA로 인해 그나마 선방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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