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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의 애고에코] 다양성은 왜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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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정의 애고에코] 다양성은 왜 필요한가

입력
2012.07.01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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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학자들이 생태계 연구와 관련해서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라는 개념이다. 이 용어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 다양한 생물종 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 뿐 아니라, 한 종 안에서도 유전적 다양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점과 생물들이 서식하는 서식지의 다양성도 보존돼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쉽게 말해서 노아의 방주에 각 생물종 한 쌍씩을 태웠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는 제대로 된 생물다양성을 유지할 수 없다는 말이다.

다른 종류의 생태계 문제들은 보존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큰 반면 생물 다양성과 관련된 부분은 그렇지가 못하고 주로 수세적인 입장에서 논쟁이 벌어지곤 한다. 예를 들어 어떤 건설 사업을 통해 생태계가 파괴되는 경우, 수질이 악화되거나 산림이 파괴되어 탄소 저장량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잘 먹히는 반면, 어떤 파충류나 희귀 식물이 사라질 위협에 대해선 쓸데없는 주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 중 하나는 생물다양성이 높은 것이 인간에게 혹은 생태계에게 어떤 이익을 주는지가 대중들에게는 명백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뒷산에 식물이 100종이 있든 아니면 조경 사업을 통해서 대충 땅에 꽂혀진 소나무 한 종만 있든 이게 우리 삶에 무슨 영향이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질 수 있다는 말이다.

이런 측면에서 생물 다양성의 보존이 생태계에 그리고 더 나아가 인간에게 어떤 이익이 있을지를 밝히는 연구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열렸던 '지구 정상 회의'이후에 생물 다양성의 역할에 대한 연구가 다양하게 진행됐다. 생태학자들이 진행한 연구 중 하나는 생물다양성이 높아질수록 생태계의 생산성이 높아지는가 하는 문제이다. 다시 말해 다양한 식물들이 함께 자라면 한 종류의 식물만 자라는 곳보다 전체적으로 식물이 많이 크게 자라는가 하는 질문이다. 결론은 '그렇다' 이다.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다양한 사업을 벌이는 기업이 하나의 사업만 벌이는 기업보다 더 큰 돈을 벌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다. 이런 현상이 관찰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종 수가 많아지면서 크게 잘 성장하는 식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우연히 높아지는 이유를 들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다양한 종을 가진 생태계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는 생물 다양성이 높으면 생태계가 안정화 될 것 인가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는 앞의 질문처럼 그리 간단하지 않다. '안정성'이라는 개념 자체가 여러 가지 의미를 포함하고 있을 뿐 아니라, 복잡해지면 충격을 받았을 때 빨리 원상태로 돌아가기가 쉽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사회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나타난다. 혹시 이질적인 사람들이 많이 모이면 조직의 단결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조직이 너무 복잡해진 상황에서는 충격을 받으면 오히려 쉽게 부서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생길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생물 다양성이 높아지면 생태계의 안정성이 더 커진다. 적어도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그러하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부분은 너무 전문적이라 여기서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다양성이 수익을 늘릴 뿐 아니라 조직을 안정화 시킨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마지막으로 생물 다양성과 관련해서 중요한 발견 중 하나는 위에서 말한 관계들이 '선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자면 생물종 수가 늘거나 주는 것에 비례해서 생산성이 높아지거나 안정성이 변화하지 않는다. 즉, 생물 몇 종이 없어져도 큰 변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어떤 임계점을 넘는 순간 엄청난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몇 주 전 리우에서는 '리우+20'회의가 다시 열렸다. '녹색 경제'를 주제로 진행된 이 회의는 20년 전 같은 장소에서 주창했던 생물 다양성 보전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할지 의문이다. 특히 참여한 주요 국가의 수반들 면면을 살펴보면 더욱 그러하다. 이들은 생태학자들이 지난 20년간 이루어낸 발견과 경고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일까.

강호정 연세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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