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對) 박근혜의 대결이 시작된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선 캠프가 2일부터 가동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이렇게 말했다.
최근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추이를 들여다봤을 때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 경선전에서 승패를 점치는 것은 거의 무의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후보 확정까지의 과정은 오롯이 '박근혜 대 박근혜' 대결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많다. 승패를 떠나 박 전 위원장이 본선까지 가져갈 체력과 네거티브 대응력을 어떻게 키우느냐를 지켜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경선 이후 본선 국면에 들어가서도 당분간 이 패턴은 이어질 것 같다. 박 전 위원장과 지지율 면에서 어금버금하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장외에 머물고 있는 데다 야권의 후보 확정도 늦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대선전은 박 전 위원장이 자신의 약점과 한계를 극복해낼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도출되는 구조로 짜여질 가능성이 높다.
박 전 위원장의 약점으로 우선 꼽히는 것은 '불통'이미지다. 사실 불통은 박 전 위원장의 강점인 '원칙'과 동전의 양면이다. 일득일실(一得一失)의 측면이 있다. 하지만 불통 이미지 고착화는 시대 흐름과 상극을 이룬다. 치명적 약점이 될 수 있다. 박 전 위원장 측도 이를 잘 아는 것 같다. 출범할 캠프 공보팀에 현역 의원을 5명이나 배치하는 등 소통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아울러 소통 부재의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과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위원장의 지지층은 단단하지만 고정돼 있다. 때문에 확장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도층을 끌어올 수 있느냐를 지켜봐야 한다. 사실 박 전 위원장은 2007년 경선 패배 이후 중도를 향해 시나브로 이동해 왔다. 2009년 미국 스탠퍼드대를 찾아 '원칙이 바로선 자본주의'를 표방했고, 그 뒤 한국형 복지를 자신의 화두로 제시했다. 하지만 아직 중도층을 견인할 힘을 갖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한 것 같다.
박정희 전 대통령으로 상징되는 박 전 위원장의 '과거'에 대한 야권의 공세에 대한 대응책도 마련해야 한다. 야권은 정수장학회 의혹과 유신체제 등을 거론하면서 박 전 위원장을 공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박 전 위원장 측에선 "어떻게든 본선 가도에선 김문수 경기지사, 이재오 의원 등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관계자는 "운동권 출신인 김 지사나 이 의원은 박 전 위원장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경력을 가진 인사"라며 "굳이 당 밖에서 그런 인사를 찾을 게 아니라 이들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경선 흥행을 이뤄낼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구조상 맥 빠진 경선이 불가피하더라도 최소한의 유권자 관심은 끌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동훈기자 d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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