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과 폭풍이 미국 동북부지역을 강타하면서 수도 워싱턴과 메릴랜드ㆍ오하이오ㆍ웨스트버지니아ㆍ버지니아 등 4개 주에 30일(현지시간) 비상상황이 선포됐다. 전날 40도 이상의 폭염에 시달린 워싱턴 인근은 밤 늦게 폭풍 드레초가 몰아치면서 150만 가구에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AP통신은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가 늘고 있다며 정전 가구를 300만으로 추산했다.
토네이도급 피해를 발생시킨 드레초는 중부 내륙 인디애나에서 발달해 동진하면서 오하이오ㆍ버지니아ㆍ메릴랜드ㆍ델라웨어주를 시속 130~145㎞로 휩쓸고 지나갔다. 드레초는 애팔래치아산맥을 넘으면서 더 강해져 사상 최대 규모의 폭풍으로 변했다. 추가 폭풍이 예고된 가운데 정전 복구가 미뤄지고 무더위가 계속되자 각 주는 비상상황을 선포했다. 밥 맥도넬 버지니아 주지사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걱정했으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피해 지역 주지사들과 전화통화를 하고 상황을 보고받았다.
폭풍과 폭염으로 버지니아에서 6명이 희생되는 등 모두 13명이 숨졌다. 피해는 대부분 나무가 쓰러지면서 차량 또는 집을 덮쳐 발생했다. 워싱턴 인근 지역에서는 911 출동 비상소리와 쓰러진 나무를 자르는 전기톱 소리가 밤새 흘러 나왔다. 휴대전화 및 인터넷 서비스가 줄줄이 중단됐고 주유소와 대형 식료품점도 상당수가 문을 닫았다. 일부 주민은 더위를 피해 인근 쇼핑센터나 영화관 등으로 대피했고 거처를 아예 호텔로 옮긴 주민도 많았다. 그러나 휴가 시즌인데다 주말이어서 큰 혼잡은 없었다. 그렇지만 단전으로 냉방장치 가동이 중단돼 40도 안팎의 폭염 속에서 어린이와 노약자의 피해가 특히 우려된다고 언론들은 우려했다.
워싱턴과 연결되는 지하철 메트로는 지연 또는 단축 운행됐으며 웨스트버지니아에서는 대륙횡단열차인 암트랙이 멈춰 승객 230여명이 20시간 넘게 고립됐다. 북부 버지니아에 위치한 온라인서점 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장소가 타격을 입었고 사진공유서비스 인스타그람과 영화 서비스 넷플릿스 등 인터넷 업체에도 피해가 발생했다. 일리노이주 교정당국은 폭풍으로 딕슨교도소가 심하게 파손되자 재소자들을 인근 교도소로 이감했다. 이날 워싱턴 인근에서 열린 미 프로골프(PGA) 투어 AT&T 내셔널 골프대회 3라운드 경기는 안전 문제로 외부인 입장이 불허돼 갤러리 없이 진행됐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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