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입중단 여부를 놓고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입을 계속할 수 있는 길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의 이란 경제제재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핑계로 당장 오늘부터 수송이 끊길 지경인데도 고민만 거듭하고 있다. 하지만 이란 경제제재가 원유의 안정적인 대체 공급선과 이란과의 관계단절에 따른 전반적 손실보전을 보장해주지 않는 한, 우리만 굳이 이란과 척을 질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란산 원유는 지난해 국내 정유사들의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약 9.4%를 차지했다. 차질이 있어도 당장 국내에 심각한 상황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수입중단 파장이 비단 원유공급 차질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당장 국내 정유사들이 입금한 원유 수입대금에서 국내 2,900여 이란 수출기업들이 결제대금을 빼 쓰던 우리은행 등의 '원화결제계좌'가 고갈돼 교역이 막히게 된다. 장기적으론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입장에서 중동의 자원 맹주인 이란과의 관계에 공연한 손상을 일으킬 수도 있다.
사실 관련국들의 현실을 감안해 미국조차 이란에 대한 제재의 예외를 상당히 유연하게 인정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와 일본에 이어, 최근엔 중국에도 이란산 원유 수입제재 대상 국가의 예외를 인정했을 정도다. 따라서 현재로선 유럽연합(EU)이 이달부터 적용하는 이란산 원유 수송선에 대한 재보험 제공 중단이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았지만, 주변국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발 빠른 해결책을 강구해나가고 있다.
일본은 일찌감치 정부가 재보험 등을 제공하는 특별법을 통해 이란산 원유 수입 지속 방안을 마련했다. 반면 우리는 예산 및 국회 처리 과정의 어려움을 들며 적극적 행동에 나서지 못했다. 이 와중에 최근 이란은 자국 선박과 보험 부담으로 원유를 직접 우리나라에까지 수송해주겠다고 제안했다. 이미 중국과 인도에 적용된 방식이다. 가뜩이나 우리의 대외교역에도 비상등이 들어온 상태다. 정부는 불필요한 시간을 끌지 말고 문제가 더 이상 악화하지 않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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