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홍콩의 두 얼굴은 극명하게 대비됐다. 한쪽에선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으로부터 홍콩의 주권을 돌려받은 지 15주년이 된 날을 기념하고 신임 렁춘잉(梁振英) 홍콩특별행정구 행정장관의 취임식을 축하하는 행사가 줄을 이었지만 다른 한쪽에선 톈안먼(天安門) 사건의 재평가와 중국의 영향력 확대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후 주석은 이날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일국양제(一國兩制)는 홍콩의 장기적 번영과 안정을 유지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안"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홍콩은 중국 회귀 이후에도 항인치항(港人治港·홍콩인이 홍콩을 다스린다) 원칙 아래 발전을 거듭했다"며 "홍콩은 지금 그 어느 때보다 민주적 권리와 자유를 누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후 주석의 연설에 앞서 렁 장관은 후 주석에게 취임 선서를 한 뒤 "안정 속에서 변화를 추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행사는 삼엄한 경비 속에 치러졌는데 후 주석의 연설이 시작된 직후 행사장에서 한 남성이 갑자기 6ㆍ4 사건(톈안먼 사건)의 재평가와 일당 독재 반대 등을 외치다가 끌려나갔다. 행사장 밖에선 렁 장관의 초상화가 불태워졌으며 "톈안먼 사건을 잊지 않을 것"이라는 등의 구호도 들렸다.
시민단체들은 이날 오후 빅토리아공원에서 수만명이 모인 가운데 최근 의문사한 반체제 인사 리왕양(李旺陽)의 사인 규명과 톈안먼 시위 재평가 등을 요구하며 행진했다.
전날에는 홍콩 일간 애플데일리의 혼 이유팅(韓耀庭) 기자가 홍콩 카이탁 크루즈 터미널을 둘러보던 후 주석에게 "홍콩인들이 6ㆍ4 사건의 재평가를 원하는데 들어본 적이 있느냐"는 돌발성 질문을 던졌다. 혼 기자는 경찰에 붙들려 15분간 격리됐다 후 주석이 떠난 후 풀려났다. 홍콩기자협회와 학계, 범민주계 인사들은 혼 기자 억류를 언론자유 침해라며 홍콩 경찰이 중국의 공안이 돼 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한편 홍콩대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의뢰를 받아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 883명 중 63.8%가 홍콩의 상황이 주권 반환 이후 더 나빠졌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7년 조사 당시보다 27.7%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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