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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장소의 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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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장소의 정치학

입력
2012.07.01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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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 대선 캠프를 차린다. 1997년 대선 때 새천년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대선 캠프로 쓰면서 유명해진 빌딩이다. 1995년 조순 서울시장, 1998년 고건 서울시장도 여기에 선거캠프를 차려 승리를 거머쥐었다. 여의도 정가에서 이 빌딩이 명당 중의 명당으로 꼽히게 된 이유다. 정치의 중심인 여의도 복판에 위치하고 건물 방향(남향)과 안정성이 좋아 그렇다는 풍수지리적 해석도 그럴 듯 하다.

■ 의원회관 방 배정 때도 의원들 간 알게 모르게 명당 다툼이 벌어진다. 입주 의원이 다 잘 되는 명당터가 있는가 하면 어떤 방은 공교롭게 입주자들마다 정치적 수난을 겪는 징크스가 있는 탓이다. 19대 국회 들어 문을 연 의원회관 신관 방 배정 때는'도인'이나 풍수지리가의 조언을 구한 의원들도 적지 않다. 대선주자들의 출마선언 장소 선택도 또 하나의 명당 경쟁이다. 자신의 비전과 정체성을 상징하면서 좋은 기운도 받을 수 있는 장소 고르기 경쟁이다.

■ 민주통합당 손학규 상임고문은 세종대왕 리더십을 표방하며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에서 출마 선언을 했고, 문재인 상임고문은 독립운동 민주화운동의 혼이 서린 서대문독립공원을 선택했다. 정세균 상임고문이 광장시장을 택한 것은 자신의'경제대통령'캐치프레이즈와 잘 맞아떨어진다. 이장 출신으로 최근'아래에서부터'란 자서전을 낸 김두관 경남지사는 8일 전남 해남군 땅끝마을에서 출마선언을 한다. 과학기술부장관 출신 김영환 의원은 국립과천과학관을 선택했다.

■ 반면 새누리당 주자들의 장소 선택은 평범하다. 김문수 경기지사, 정몽준 전 대표는 국회에서 출마선언을 했고, 이재오 의원은 의원동산을 택했다. 박 전 위원장과 안철수 교수에게 킹 메이커 역할을 주문한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은 특이하게 서울대를 선언 장소로 삼았다. 박 전 위원장의 출마선언 장소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장소보다는 출마선언에 담긴 비전과 메시지가 더 중요하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출마선언 장소 선택 정치에서부터 흥행에 뒤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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