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함마드 무르시(61)가 이집트 첫 민선 대통령에 취임했다. 그의 취임식은 사실상 네 번에 걸쳐 이뤄졌는데 군부와의 미묘한 권력관계를 반영한 것이다.
공식 취임식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전 이집트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헌재는 지난달 무르시를 배출한 무슬림형제단이 이끄는 의회의 해산 결정을 내렸다. 무슬림형제단은 헌재의 결정을 '조용한 쿠데타'라고 비판하며 취임식을 의회에서 열 것을 주장했었다. 따라서 공식 취임식을 헌재에서 연 것은 무르시가 한발 양보한 것이다. 무르시는 무바라크 시절 임명된 18명의 재판관 앞에서 "새 이집트를 건설하겠다"며 "이집트인이 새로운 삶, 완벽한 자유, 민주주의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무르시는 취임식 직후, 다수의 무슬림형제단원을 배출한 카이로대로 향했다. 대학 강의실에는 수천명의 학생과 무슬림형제단 소속 전직 의원들이 모였다. 무르시는 "약속대로 권력을 이양한 군부를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이제 군은 국가를 지키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함께 한 후세인 탄타위 군최고위원회(SCAF) 위원장은 표정의 변화 없이 가끔 박수를 보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다음 행사장은 카이로 동부 군사기지로 무바라크 시절 무슬림형제단이 군사재판을 받던 곳이다. 무르시가 나타나자 탄타위를 비롯한 군부실세가 거수경례를 했으며 예포 21발도 발사됐다. 무르시에게는 군의 최고 헌사인 '군의 보호자'라는 표현이 사용됐다.
무르시는 전날 혁명의 성지 타흐리르광장을 찾아 수만명의 군중 앞에서 "여러분이 권력의 근원"이라며 "정부도, 군도, 경찰도 이 권력 위에 설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최근 무르시에게 편지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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