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 군부 쿠데타 이후 내전을 겪고 있는 아프리카 말리에서 이슬람 근본주의 무장 단체 안사르 딘이 북부 도시 팀북투를 점령하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이슬람 성인 묘역을 파괴하고 있다. 유네스코가 유적 훼손 중단을 요구했지만 안사르 딘은 "신이 아닌 인간을 숭배해선 안된다"며 시내 모든 성인 묘소를 파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슬람 유적 도시로 유명한 팀북투에는 333기의 성인 묘소가 있으며 이중 16기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외신에 따르면 안사르 딘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시디 마무드, 시티 목타르, 알파 모야 등 이슬람 성인 3명의 묘소를 부쉈다. 15세기에 조성된 세 묘소는 모두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다. 목격자들은 "소총으로 무장한 대원들이 금요 예배를 보러 온 사람들을 쫓아낸 뒤 묘소 문과 출입구를 곡괭이로 부수고 무덤 내부에 불을 냈다"고 CNN에 말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마무드의 묘소는 완전히 파괴돼 축구장처럼 평평해졌다"며 "지금까지 최소 7곳의 묘소가 공격 당했다"는 증언을 전했다. 유적 훼손은 30일에도 체이크 엘 케비르 묘소 등에서 이어졌다고 AFP통신은 보도했다.
안사르 딘의 반달리즘(유적 파괴 행위)은 팀북투 등 말리 북부를 장악한 다음날 자행됐다. 외신은 "유네스코가 이곳을 세계위험유산 목록에 올린 것이 빌미가 됐다"고 분석했다. 앞서 말리 북부를 점령한 투아레그족 반군을 후원하던 안사르 딘은 종교적 입장 차로 이들과 갈등을 빚다가 무력으로 몰아냈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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