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바닥에 땀 나도록 쉴 새 없이 달려온 나/ 우유배달 30만원, 편의점 알바 60만원, 카파라치 다섯 건/ 하지만 등록금은 뭐? 2,000만원?/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세상….'(KBS '용감한 녀석들'의 'I 돈 care' 가사)
처음엔 낄낄대며 웃다가도 가사를 곱씹다 보면 씁쓸한 웃음이 나온다. 풍자와 희화화, 패러디를 통해 웃음을 주다가도 그 안에서 인간과 사회의 부조리, 모순, 한계를 느끼게 한다는 점에서 블랙유머와 닮았다. 개그가 출발점이지만 단순한 개그가 아니기에 사람들은 웃으면서 공감하고 부르면서 열광한다. 최근 상종가를 치고 있는 개그맨 가수(개가수)들의 인기 비결이기도 하다.
'용감한 녀석들'이 3월'기다려 그리고 준비해'에 이어 5월에 내놓은'I 돈 care'는 돈이 전부인 현실을 풍자했다. 다소 묵직한 주제이지만 개그맨 박성광ㆍ신보라ㆍ정태호ㆍ양선일 등이 풀어내는 방식은 유쾌하다. 예를 들면 지갑을 잃어버린 '내'가 엄마에게 택시비를 달라고 했다가 '전화 잘못 거셨어유'라는 말이 돌아오고, 여자친구는'택시비 5만원'이라는 소리에 '헤어져'라며 전화를 끊는다. 웃음이 터지는 상황이지만 돈 앞에서는 가족도 없다는 냉소가 담겨있다. 가사는 노라조가 부른'슈퍼맨'의 작사가 이영준의 작품이다.
한 케이블 TV 가요 프로그램에서 원더걸스, f(x)와 나란히 1위 후보에 오른 '형돈이와 대준이'의 1집'껭스타랩 볼륨1'도 톡톡 튀는 기사가 인상적이다.
'네가 사면 김밥집/ 내가 사면 스테이크'('되냐 안되냐' 중), '올림픽대로가 막혀요/ 지금은 어딜 가나 막혀요/ 내 인생도 네 인생도 우리 인생도 다 막혀요'('올림픽대로' 중) 등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경험담을 톡톡 던지면서 팍팍한 현실을 토로한다. 1집에 실린 5곡 모두 정형돈이 직접 가사를 써서 공식 작사가로 등록됐다. 정형돈은 '껭스타랩 볼륨1'외에도 '우정의 무대' 'Go 칼로리''점프''체인지 더 게임'을 작사했다.
이처럼 개가수가 부르는 노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낯익은 인물들이 부르는 노래에 대해 거부감이 적고 파급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강태규 뮤직팜 이사는 "TV에서 누군가 나를 대신해 내가 느끼는 불만을 말해줄 때 그 카타르시스는 상당하다"면서 "특히 메시지를 전달하는 주체가 자주 노출되는 개그맨이라는 점은 가사를 빠르게 공감하게 하는 요소"라고 풀이했다.
차우진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실의 부조리가 정면으로 다가오면 요즘 사람들은 거부감을 느끼지만 개가수의 노래는 개그의 연장으로 들린다"며 "따라서 가사에 담긴 메시지도 부담 없이 받아들이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강태규 이사는 "개가수의 '이벤트성 음악'으로 세대를 초월하는 진지한 노래가 설 자리를 잃고, 결국에는 국내 음악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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