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보류 사태의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통합당은 김황식 국무총리의 해임을 촉구하고 나섰다. 외교통상부와 국방부 장관 불신임 결의는 물론이고 협정체결을 주도한 청와대 책임론까지 비등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은 물론 현 정부의 외교안보라인 전체가 비판의 도마에 올라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지 가늠이 어려운 지경이다.
이번 사태는 정부의 무능과 안이한 일 처리가 빚은 외교적 참사이자 재앙이다. 협정 내용의 잘잘못을 떠나 서명을 불과 1시간을 남겨놓고 상대국에 취소를 통보한 것은 외교 관례에 크게 어긋나는 일이다. 한 국가의 외교 행위라고 하기에는 낯 뜨거운 결례인 것이다. 일본 정부가 우리 정부의 취소 사유 설명을 이해했다고는 하지만 진정으로 납득했는지는 알 수 없다. 일본 언론들은 일제히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국민 정서를 무시하고 꼼수를 써가며 대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추진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정부는 이 협정이 국회동의 대상은 아니지만 사전에 국회와 충분히 협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 외국순방 기간에 갑자기 태도를 바꿔 국무회의에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 토론이나 이의제기 없이 통과시켰다. 국민들은 밀실 졸속처리에 분노하면서 여기에 어떤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는지 몹시 궁금해 하고 있다.
정부가 파란을 무릅쓰고 협정 체결을 추진한 데는 나름의 필요가 있었을 터이다. 한일관계의 특수성에 따른 국민정서와 안보문제는 분리해 접근해야 한다는 말도 틀리지 않는다. 정부가 이 시점에서 협정체결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예정대로 서명을 했어야 한다. 그런데 서명 1시간 반 전에 집권여당의 전화를 받고 국가간 중대협정 서명의 취소를 통보한 것은 정상이 아니다. 새누리당은 협정안의 국무회의 통과 후 이틀이 지나도록 손 놓고 있다가 뒤늦게 야당반대와 국민여론 등을 이유로 협정서명 보류를 요구했다. 국가의 중대사안을 신중히 검토했다기보다는 대선을 의식해 즉흥적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 정부 외교안보라인과 함께 새누리당도 이번 외교적 참사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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