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친한 언니와 오랜만에 만나 통의동에서 브런치를 먹었다. 김치에 된장에 우거지를 최고로 아는 내게 브런치란 아직 꽤나 생소한 음식 문화여서 주문하는 내내 쭈뼛거렸던 것도 사실. 언제 우리가 아침을 겸해 먹는 점심 식사에 특별한 의미 부여를 해왔단 말인가. 늦잠 끝에 대충 때우기 식으로 혼자 비벼먹고 말던 양푼 비빔밥이나 해장 라면이 내겐 아침 겸 점심의 대부분이었거늘. 아, 앞 테이블의 백발 노인이 고르곤촐라 그라탱을 드시는데 그 순간 나는 왜 땀을 뻘뻘 흘리며 개장국을 떠먹는 아빠가 오버랩 되었는지 원….
긴 수다 끝에 느릿느릿 우리는 걷기 시작했다. 통의동 구석구석 한 번쯤 들어가보고 싶은 카페들과 별별 액세서리 가게들과 전시장이 샘이 나도록 포진되어 있었다. "말도 마. 집값 엄청 올라서 내년에도 살 수나 있을지 몰라." 한숨 쉬는 언니를 보니 진심으로 제 사는 동네에 푹 빠져 있는 듯했다. 그리고 한 카페 앞에 벌어진 좌판 앞에 우리는 섰다. 여기저기서 "언니, 언니" 반가이 언니를 부르는 목소리들이 여럿 되었기 때문이었다.
저마다 신발이며 그릇이며 화장품을 갖고 나와 파는 프리마켓에서 마주친 언니의 동네 친구들은 장사보다 정을 우선으로 아는 이들이었다. 뭔가를 싸게 팔려는 의지와 뭔가를 비싸게 사주려는 의지가 만났을 때의 접점. 아마도 어떤 상품의 적절 가격이란 그 안에서 절로 매겨지는 게 아닐까.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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