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이 7월 3일 검찰 소환을 앞둔 가운데 대검찰청 산하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 부장검사)이 박지원(70)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와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도 수사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 정권 최고 실세로 꼽히는 이 전 의원과 제1야당의 수장인 박 원내대표를 한꺼번에 수사선상에 올려 놓으면서, 검찰의 이번 수사는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을 요동치게 할 대형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
29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솔로몬저축은행 임석(50ㆍ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2008년 총선을 전후한 시기에 박 원내대표에게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미래저축은행 김찬경(56ㆍ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도 정치자금을 받았는지 살펴보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대북송금 특검 당시 자신을 변호했던 소동기 변호사를 통해 김 회장을 소개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 변호사는 김 회장이 차명 소유한 충남 아산시 소재 골프장인 아름다운CC 대표를 지냈다. 검찰은 또 박 원내대표가 은행 퇴출 저지 청탁 명목으로 보해저축은행 측에서 수천만원을 받았다는 첩보도 입수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원내대표 측은 "김 회장은 소 변호사 소개로 딱 한 번 만났을 뿐이고, 보해 측에서도 부정한 돈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부인했다.
검찰은 임 회장이 정 의원에게도 수천만원의 정치자금을 제공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의원이 정치자금을 받은 대가로 임 회장을 이 전 의원에게 소개해준 것이 아닌지 검찰은 살펴보고 있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의 경우 단서가 나와 수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개월 전부터 이 전 의원에 대해 내사를 해왔던 검찰이 이 전 의원 소환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시점에 박 원내대표와 정 의원에 대한 수사 사실도 함께 밝힌 것은, 대통령 친형에게 쏠릴 관심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박 원내대표 수사에 대해서는 검찰이 '여야 균형 맞추기'를 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야권에서는 일찍부터 "검찰 수사는 경부선(이 전 의원)과 호남선(박 원내대표)을 동시에 겨냥할 것"이라는 관측이 돌기도 했다.
일단 검찰은 이 전 의원 사법처리에 대해서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이번 수사가 정치권에 몰고 올 파장은 박 원내대표 수사가 어디로 가는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박 원내대표가 "검찰이 나를 옥죄는 것은 내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 검찰에 눈엣가시로 박혀서 그런 것 같다"고 반발하면서 수사는 이미 정치쟁점화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이 박 원내대표 수사에 대해 "소문이나 풍문 수준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은 만큼 의외로 쉽게 결론이 날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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