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H-View/ "눈에 샴푸 들어가면 매웠지"…화장품 업계 동물상대 실험 중단 바람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H-View/ "눈에 샴푸 들어가면 매웠지"…화장품 업계 동물상대 실험 중단 바람

입력
2012.06.29 17:32
0 0

'아름다워지기 위해 널 상처받게 할 수 없다.'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비욘드'가 내세우는 광고문구다. 비욘드는 배우 김수현이 강아지와 정겹게 뛰노는 장면의 광고에 이 문구를 담아 동물 실험반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모든 제품과 쇼핑백에도 동물실험 반대 메시지를 넣었고, 다음달 초부터는 동물실험반대 100만 서명릴레이를 시작할 예정이다.

국내에서도 이른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바람이 일고 있다. 크루얼티 프리는 동물실험을 거치지 않고 개발된 화장품 등을 뜻한다. 동물의 밀집 사육 및 잔혹한 살해 반대 등 동물 복지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국내 화장품 업계에서도 최근 들어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 화장품과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을 금지해온 유럽연합(EU)은 내년부터 유럽 이외의 국가에서 동물 실험을 거친 제품의 EU내 판매 및 광고도 금지하기 때문에 수출 기업이라면 당장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유럽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이 허용된다. 피부에 직접 바르는 화장품이나 샴푸, 치약 등 생활용품이 인체에 해가 없음을 증명하기 위해 불가피한 것으로 인식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드레이즈 실험. 토끼를 플라스틱 상자에 고정시킨 뒤 목만 내놓게 한 채 샴푸, 화장품과 같은 실험재료를 눈에 반복해 넣는 것이다. 기니피크 등의 털을 밀어내고 실험 물질을 바른 뒤 시간에 따른 피부 손상 정도를 기록하는 피부 부식 실험도 행해지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화장품을 위해 희생되는 동물의 수는 1년에 1억마리. 지난 해 국내에서도 의약품 화장품 제조과정에 사용된 동물은 151만 마리로 추산됐다. 특히 중국 정부는 자국 내 수입되는 모든 화장품에 대해 자국의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으면 수입 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어 동물 실험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동물 보호단체들은 기존 실험을 거쳐 안전성이 검증된 원료들을 다양하게 합성해 사용하기만 해도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토끼의 각막 대신 도축된 소의 각막을 이용하거나, 살아있는 동물 대신 인공 피부를 활용하는 등 동물 대체 실험들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모레퍼시픽이 2008년부터, LG생활건강이 올해부터 화장품 제품과 원료에 대해 일체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동물 실험을 하지 않음을 입증해 주는 기관도 없고, 동물 실험에 대한 규제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일부 동물보호단체들이 국내 기업들에게 해외 기준을 토대로 설문지를 보내 확인하는 방식으로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회사'를 선정하는 실정이다.

해외에는 1996년 마련된 리핑 버니 증명서와 비건협회 마크가 있다. 이 증명서나 마크는 동물단체나 채식협회가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동물실험이 전혀 없었음을 확인하고 앞으로도 동물실험을 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 기업들에게 수여한다. 이를 받은 회사는 영국 화장품 기업 '더 바디샵'을 비롯해 버츠비, 미국의 러쉬 등이다. 이 회사들은 이를 근거로 전세계적으로 동물실험반대 캠페인을 전개하며 기업 이미지 개선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더 바디샵은 생선 비늘 대신 천연 성분을 활용한 립스틱, 염소의 털이 아닌 인공모를 사용한 브러쉬 등으로 구성된 자사의 색조화장품을 아예 '크루얼티 프리'라고 이름 붙이고, 다음달 17일까지 63개국 2,700여개 매장과 온라인 사이트에서 동물실험 반대 운동을 펼 예정이다.

이형주 동물자유연대 팀장은 "일부 국가에서 화장품의 동물실험을 반대해도 기업들은 동물실험이 합법인 국가를 찾아 실험을 계속할 것"이라며 "이를 없애려면 전 세계적으로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규정이 생겨야 한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제보를 기다립니다

기사를 작성한 기자에게 직접 제보하실 수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다리며, 진실한 취재로 보답하겠습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