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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35' 록히드마틴의 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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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F-35' 록히드마틴의 오만

입력
2012.06.29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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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35에 대해 더 많이 알수록 F-35를 더 사랑하게 될 겁니다."

29일 오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 3층 F-35 조종석 시현장비 체험 행사장에서 만난 랜디 하워드 미국 록히드마틴 F-35 한국사업개발 담당 이사는 자신감이 넘쳤다. 록히드마틴은 우리 정부가 총 8조3,000억원을 투입하는 차기전투기(FX) 사업에서 자사가 개발 중인 F-35를 들고 경쟁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 기종으로 꼽히지만 이날 공개된 F-35의 조종석 시현장비는 3D 게임기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조종간을 당기니 전면 스크린의 화면이 바뀌었다. 이륙이다. 터치 스크린 방식의 단순한 계기판은 스마트폰처럼 손으로 확대할 수도 있다. 그게 전부였다. 록히드마틴은 "최대한 많은 F-35 관련 정보를 한국에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오래 전부터 이번 행사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조종석 시현장비도 몇 대 없는 귀한 장비를 들여온 거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 비행 테스트가 아닌 시뮬레이터(모의비행시험장비) 테스트로 시험평가를 갈음하겠다는 록히드마틴의 이벤트성 홍보 행사에 아연하지 않을 수 없다. 8조원이 넘는 돈을 내고 전투기 60대를 사려는 손님에게 전투기에 한 번 타보는 것도 안 된다고 배짱을 부리는 업체가, 시뮬레이터조차 아닌 시현장비를 내놓고 "많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꼴이니.

더구나 입찰 참여 경험이 한두 번이 아닐 텐데, 최근 입찰 서류의 일부 한글 판본을 빼먹어 입찰 자체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사실 기술 이전 관련 내용이 포함된 절충교역 분야의 한글본은 내지 않을 거라는 소문은 이미 파다했다.

록히드마틴 관계자는 "입찰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전투기 성능은 물론 '한미 동맹'이란 부분에서도 자신감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미 동맹은 F-35 내정설이 퍼진 이유 중 하나다. 하지만 굳건한 동맹관계도 한국민의 여론이 뒷받침돼야 유지될 수 있다. 대충 해도 낙찰은 떼 놓은 당상이라는 식이라면 국민의 비판 여론이 한국 정부에 압박을 넣을 것이다. 록히드마틴이 제공해야 할 것은 게임기 같은 시현장비 체험이 아니라 제대로 된 시험평가다.

권경성 사회부 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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