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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 미달 '학교 폭력 상담교사' 양산할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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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질 미달 '학교 폭력 상담교사' 양산할 우려

입력
2012.06.29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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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여름ㆍ겨울 방학 6주간 꾸벅꾸벅 졸면서 교육받았더니 상담교사 1급 자격증이 나왔습니다. 40ㆍ50대 나이 많은 교사들 중에서 ‘수학ㆍ영어 가르치기 버거우니 상담교사나 하면서 때울까’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교사들을 대상으로 전문상담교사를 뽑는다니, 오히려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경남 창녕의 이모(51) 교사는 지난 달 24일 교육과학기술부가 학교폭력 근절 대책의 하나로 발표한 전문상담교사 500명 선발ㆍ배치 계획에 대해 이 같이 비판했다. 교과부는 심리ㆍ상담 관련 학과 교원자격자 중 250명만 논술시험 등을 통해 신규채용하고, 250명은 상담교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기존 교사들 중에서 지원을 받아 별도의 시험 없이 서류심사와 면접만을 통해 상담교사로 전직시킨다는 방침이다. 9월 배치를 목표로 이미 시ㆍ도교육청을 통해 공고 되고 선발 절차에 들어갔다.

교육 현장에서는 자질미달 상담교사들이 대거 등장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상담교사 2급 자격증은 심리ㆍ상담 관련 학과를 졸업하고 교직 관련 학점을 취득한 사람으로서 전문성이 있지만, 상담교사 1급 자격증은 지정된 교육기관에서 일정기간 수료만 하면 어느 교사에게나 발급해 줬다는 점이다. 이 교사는 “2001~2008년 교사 상담마인드를 증진시킨다고 전국 수십 개 대학에서 방학 동안 얼렁뚱땅 교육만 받으면 1급 자격증이 다 나왔다”며 “전국에 이런 자질미달 1급 자격증을 가진 교사가 1만여 명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택시운전을 하려고 해도 장롱면허는 안 되는데 상담마인드도 없는 교사들을 시험도 없이 면접으로 뽑겠다니 말이 안 된다”며 “요즘 심리ㆍ상담 학과 나온 똑똑한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은데 신규채용을 늘려서 이들이 상담을 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상담교사의 신규 임용을 늘리거나, 현직 교과교사가 전직을 하더라도 전공과목 시험 정도는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신규채용 확대는 교원 정원 확대 및 재정과 맞물려 있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시험 없이 상담교사로 전직할 수 있도록 한 것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최대한 전문성 있는 사람들 선발하라고 요구했고, 시ㆍ도교육청들도 그렇게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심층면접에서 지식도 묻는 등 충분히 선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교사는 “나이든 교과교사들이 전문상담교사로 형식적인 면접을 통해 전직을 하게 되면 상담마인드를 갖지 않은 교사들의 경로당이 돼서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교 폭력 피해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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