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 주석이 29일 홍콩을 찾았다. 영국으로부터 주권을 돌려받은 지 15주년을 기념하고 신임 홍콩 행정장관 취임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안색은 밝지 못했다. 반체제 인사 리왕양(李旺陽)의 의문사와 관련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어서다. 더군다나 중국 중앙정부의 지지로 당선된 렁춘잉(梁振英) 차기 홍콩 행정장관은 불법 건축물 비리로 취임도 하기 전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다.
이날 홍콩에선 1997년 7월1일 영국으로부터 주권을 돌려받은 것을 기념하는 각종 행사들이 막을 올리면서 축제 분위기가 고조됐다. 내달 1일에는 후 주석이 참석한 가운데 주권 반환 15주년 기념식과 제4대 홍콩 행정장관의 취임식이 열린다.
2007년 이후 5년 만에 홍콩을 찾는 후 주석은 선물보따리를 가득 준비했다. 먼저 중국 재정부는 국채 230억위안(약 4조1,500억원)어치를 홍콩에서 발행키로 했다. 금융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위안화 표시 중국 국채를 홍콩에서 발행하면 홍콩 금융업체들은 인수 수수료를 챙길 수 있고 홍콩의 위상도 그 만큼 커지게 된다. 홍콩과 선전의 상호투자 및 금융협력을 확대하는 방안도 곧 발표된다. 하루 2만위안(약 360만원)인 환전한도 확대, 8만위안(약 1,450만원)인 개인의 대 중국 송금한도 확대 등도 허용될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반 중국 성향의 범민주파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은 30일과 내달 1일 민주주의 확대 등을 요구하는 대규모 거리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리왕양의 사인 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 수십만명이 운집할 경우 돌발 상황이 벌어지는 것도 배제할 수 없다.
더군다나 렁 차기 행정장관은 최근 자신의 저택 내 불법 건축물이 폭로되며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다. 렁의 당선은 당초 중앙정부의 지지를 받았던 헨리탕(唐英年) 전 정무사장의 불법건축 사실과 불륜 스캔들이 잇따르자 중앙정부가 렁 후보로 급하게 지지를 선회해 가능했다.
홍콩 행정장관은 특별행정구인 홍콩을 통치하는 최고위직으로 유력인사 1,200명으로 구성된 선거위원회에서 선출하나 사실상 중앙정부에서 낙점하는 인물이 뽑힌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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