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대머리예요/박현숙 글ㆍ박정섭 그림/시공주니어 발행ㆍ초등 저학년ㆍ7,000원
아빠는 대머리다. 머리가 훌러덩 벗겨진 아빠가 아무렇지 않았는데 하필 내가 좋아하는 혜원이가 대머리를 싫어한단다. 아빠가 창피해졌다. 대머리는 유전이라는데 들켰다가는 혜원이가 나까지 싫어할 게 뻔하다. 큰일이다. 어떻게든 아빠에게 가발을 씌우자. 그런데, 제발 좀 가발을 쓰라고 떼를 써봐도 소용없다. 내 마음도 몰라주는 아빠가 야속하고 속상해서 주먹을 불끈 쥐고 발을 쾅쾅 굴러보지만 소용 없다. 아, 혜원이가 알면 어쩌지. 가슴이 답답한 게 숨이 콱 막힐 것 같다.
아이가 자라면서 겪는 특별할 것 없는 감정과 성장통을 풀어 놓았는데도 이 책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아빠가 대머리인걸 의식하지 않던 주인공 호영이가 좋아하는 이성친구에게 대머리 아빠를 들키지 않으려고 조바심 내며 괜한 투정을 부리는 장면이 너무 생생해 몇 번이고 웃음이 터진다. 어린 마음 속에서 요동 치는 기쁨, 좌절감 등을 표현한 삽화에는 재치가 넘친다.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는 아빠가 미워 "나 학교 안 다녀" 소리 빽 지르고 가출한 호영. 그런데 학교에 갔더니 아빠가 가발을 쓰고 교통 지도를 하고 있다. 신이 나서 혜원이에게 아빠 자랑을 하던 찰나 그만 교통사고가 나고 만다. 트럭에 치일뻔한 혜원이를 아빠가 구해냈는데, 아뿔싸 그 바람에 가발이 벗겨져 반짝거리는 머리에 빨간 피가 흐른다. 가슴을 쓸어 내린 것도 잠시 또 혜원이가 아빠의 대머리를 봤을까 걱정이다. 가발에 대한 호영이의 집념은 혜원이가 아빠를 '좋아하는 대머리 1호'라고 명명하고서도 계속되다, 네가 대머리가 되면 '좋아하는 대머리 2호'가 되는 거라는 다짐을 받고서야 수그러든다.
다친 아빠를 걱정하면서도 제발 가발 쓰라고 박박 우기는 장면 등 아이의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가의 관찰력이 대단하다. 사춘기 직전 남들과 비교하기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겉모습이 전부가 아니라는 메시지를 억지스럽지 않게 던져준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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