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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 "은행에 구제기금 직접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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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정상 "은행에 구제기금 직접 지원"

입력
2012.06.2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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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정상들이 유로존 역내 은행들을 감독하는 별도 기구를 연내 설치하는데 합의했다. 이와 함께 사회간접자본을 확충하고 고용을 늘리는 방식으로 성장을 촉진하는데 1,200억유로(173조원)를 투입하기로 했다.

29일 헤르만 반 롬푀이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정상회의 첫날 회의가 끝난 뒤 이 같은 합의 사항을 발표하면서 "시장을 진정시키고 위기 재발을 방지하는데 획기적인 돌파구를 열었다"고 자평했다. 28일 회의를 시작한 EU 정상들은 다음날 동이 틀 무렵까지 13시간 동안 밤샘 마라톤 회의를 이어갔다.

28, 29일 이틀간 열린 EU 정상회의의 가장 두드러진 성과는 향후 은행 위기를 방지할 구체적 해법에 합의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것이 유로존 17개국 은행을 공동으로 감독할 독립기구를 유럽중앙은행(ECB)에 신설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되면 ECB가 회원국 은행의 재무현황을 직접 감시, 과도한 대출로 인한 신용위기를 사전 방지할 수 있다.

또 EU 정상들은 7월1일 출범하는 유로존 구제금융 재원인 유럽안정화기구(ESM) 가용 재원을 은행에 직접 투입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ESM 재원은 5,000억유로(721조원)에 이른다. 유로존이 개별 은행에 직접 지원하면 회원국 정부의 의사결정 지연으로 은행 위기가 유로존 전체로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롬푀이 상임의장은 이 두 가지 합의와 관련, "은행위기와 재정위기가 서로 영향을 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었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등에서는 은행 부실이 정부 재정 및 국가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주고, 은행 구제금융으로 악화된 정부 재정이 다시 은행 위기를 증폭시키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

거시경제정책의 우선 순위를 성장에 두는데도 합의했다. EU 자체 예산 1,200억유로가 ▦지역개발 자금을 장기 대출해 주는 유럽투자은행(EIB)의 자본 확충 ▦소상공인 지원 및 청년고용 확충 ▦에너지ㆍ교통ㆍ통신 인프라 건설 등에 쓰인다.

정상회의 직전 일각에서 "재정동맹과 관련한 합의도 이루지 못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 점을 감안하면, 이번 합의는 기대보다는 상당히 진전된 성과로 평가받을 만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첫날 회의 직후 "성장과 관련해 좋은 합의가 나온 점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로본드나 재정통합 등의 문제에서 가시적 성과가 나오지 않아 '미완의 합의'라는 평가도 있다.

EU 정상회의가 호재로 작용해 아시아와 유럽 증시는 일제히 상승세를 기록했다. 29일 서울(1.91%), 도쿄(1.50%) 증시가 올랐고, 밀라노 파리 프랑크푸르트 마드리드 등 유럽 증시도 2~4%의 급등세로 장을 시작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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