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본격화될수록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올여름처럼 이른 더위로 냉방기 사용이 급증하고, 발전기 예방정비로 모든 발전소가 가동되지 않아 전력공급이 원활하지 않는 이러한 상황에서는 더욱이 에너지 절약의 필요성이 절실하다. 전기와 같은 에너지 절약을 실천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국민들의 에너지 소비 습관의 변화가 아닐까 싶다. 우리가 익숙한 습관을 변화시키기 위해선 감성적인 측면과 이성적인 측면에서 모두 이러한 습관 변화의 타당성을 받아들일 수 있으면 효과적으로 습관을 바꿀 수 있다.
에너지 절약이 국가적으로 왜 필요한가와 같은 애국심에 대한 호소는 감성적인 측면이 강하고 에너지 절약을 하면 소비자 개인에게 무엇이 좋은가에 대한 설명은 이성에 호소하는 측면이 크다. 경제가 발전하고 사회가 성숙될수록 소비자들은 이성적인 기준에 의해 합리적으로 의사 결정을 하는 경향이 있다. 현재 소비자들의 에너지 소비 행태를 주어진 여건 하에서의 공정한 소비 행위라는 인식하에서 향후 에너지 절약을 위한 수단을 강구해야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에너지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개인적인 에너지 소비 효용을 증진시킨다. 즉 에너지 사용에서 오는 한계 효용과 에너지 비용을 지불하는 데서 오는 한계 비용이 일치하는 수준까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이 합리적인 에너지 사용 소비행위가 된다. 이러한 소비 행위는 개별 소비자가 현재의 에너지 가격을 지불하고 언제든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전제하에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대부분의 에너지 소비자들은 그렇게 믿고 있다. 왜냐하면 국가가 최소한도 그런 정도는 보장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선진국에서도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나는 바와 같이 우리나라도 현재와 같은 에너지 소비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에너지 부족으로 인한 일시적 대규모 정전 상태의 우려도 있다. 대규모 정전 사태가 났을 경우의 비효용은 엄청나다는 것을 일반 소비자들은 간과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14일부터 21일을 '국민 발전소' 건설주간으로 정하고 "아싸, 가자!"를 실천하자는 운동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전력수요가 많은 오후2~5시에는 전기 사용을 자제 하고(아끼자 25시), 냉방기는 26도 이상에서만 가동하고(사랑한다 26도), 간편 복장을 착용하고(가볍다 휘들옷), 대기전력은 차단하자(자~뽑자 플러그)는 내용이 그것이다.
그리고 '국민 발전소' 건설 주간 마지막 날인 21일 오후 2시부터 20분간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을 실시했다. 위기대응훈련을 통해 최대전력사용량이 약 548만kW 절감됐다고 한다. 국민들의 절전 동참을 통해 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양의 전기를 절약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다.
이처럼 에너지 절약의 합리적 방책은 에너지 가격을 올려 소비자들이 현재 보다 에너지를 덜 쓰는 것을 합리적인 소비행위로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물가 압력, 정치적 압력 등으로 에너지 가격을 쉽게 올리기 힘든 측면이 있지만, 장기 계획을 세워 지속적으로 꾸준히 에너지 가격을 인상하는 노력을 해야 될 것이다. 외국 기업이 한국의 싼 전기 값 덕을 보기 위해 한국으로 이전한다는 얘기는 석유가 나지 않는 한국의 전기 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저렴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즉, 보조금 지불에 의해 전기 값이 너무 싸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가 왜곡되어 있는 측면이 있다.
또한 에너지 과소비로 인한 대규모 정전 사태가 왔을 때 산업, 의료, 일반 가정 생활에 미치는 비효용 정도를 소비자들이 알고 있다면 성수기에 전기 사용을 억제 할 것이다 왜냐하면 개별 소비자 입장에서 전기를 덜 쓰는 것이 소비자의 총 효용을 증진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순히 전기 절약의 필요성을 홍보하기 보다는 정전시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불편이 있는지를 구체적 사례를 들어 제시하면 소비자들의 합리적 에너지 사용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노희진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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