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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건축가 퇴계와 도산서당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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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건축가 퇴계와 도산서당의 의미

입력
2012.06.29 1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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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김동욱 지음/돌베개 발행ㆍ320쪽ㆍ2만3,000원

서른 넷에 벼슬을 시작한 퇴계 이황(1501~1570)은 마흔 아홉까지 녹봉을 받으며 살았다. 그러나 조선 성리학의 우뚝한 봉우리를 이룩한 도학자의 면모에 비해 관리로서 그의 면모는 알려진 바가 적다. 생애에 비해 관직에 있었던 시간이 짧았던 까닭도 있고, 정치적 혼란기에 은일했던 사실을 굳이 들춰내지 않는 이유도 있다. 그에겐 잘 알려지지 않은 면모가 하나 더 있는데 이 책의 주제가 되는 퇴계의 모습이다. 바로 '건축가 퇴계'다.

<도산서당, 선비들의 이상향을 짓다> 는 조선시대 건축을 전공한 김동욱 경기대 건축학과 교수가 도산서당의 건축사적 특징과 의미를 논한 책이다. 건축물로서 도산서당의 외피를 다루는 것을 넘어 퇴계의 삶과 학문, 조선시대 정신사 속에서 도산서당 건축이 갖는 의미를 규명한다. 지은이는 퇴계의 학문체계가 담긴 글과 그가 쓴 시, 편지까지 일일이 조사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살림이 넉넉한 편이 못 됐던 퇴계는 서른 하나에 처음 자신의 집을 지었다. 지산와사(芝山蝸舍), 곧 달팽이집이라고 이름 붙인 초라한 집이다. 이후 다섯 차례 집을 옮기며 평생 머릿속에 그리던 도산서당을 마침내 완성했을 때, 그의 나이 예순 하나였다. 대단한 집일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단 3칸의 자그마한 집이었다. 온돌로 된 공부방 겸 침실, 손님을 맞는 툇마루 한 칸, 부엌이 전부다.

"세상에 발을 잘못 내디뎌 수십 년의 세월이 홀연히 잘못 지나갔다… 겨우 몇 칸의 집을 엮어 이제부터는 곧바로 죽을 때까지 기약하고서, 묵묵히 앉아서 학문을 완상하면서 여생을 지내려 한다."(64쪽)

지은이는 소박하고 엄격하게 절제된 도산서당의 모습에서 퇴계로 대표되는 16세기 선비들의 정신을 읽어낸다. 장수(藏修ㆍ책을 읽고 학문에 힘씀)와 유식(遊息ㆍ마음 편히 쉼)에 크고 화려한 공간이 필요치 않다는 태도는 이 시절 선비들의 공통된 자세로 중국 주자학, 그리고 17세기 이후 한국 성리학의 흐름과도 구별된다. 지은이는 사화(士禍)로 점철된 현실을 떠나 향리에 은거하며 글을 읽는 삶을 택한 선비들의 자의식을 퇴계의 도산서당 건축을 통해 보여준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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