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커피 맛, 세계에 전파하는 게 꿈입니다.”
미국 뉴욕은 ‘커피의 전쟁터’로 불린다. 커피숍 브랜드만 무려 170여개다. 200여개의 매장을 거느린 스타벅스가 뉴욕의 커피 맛을 평정하고 있는 상황. 이 곳에 한국의 토종 커피맛 전도사가 등장했다. 국내 브랜드 카페베네 연구원이자 ‘큐그레이더’인 최판규(29)씨다.
카페베네는 올초 국내 업체론 처음으로 뉴욕에 입점했다. 뉴욕점 오픈 1년여 전에 현지로 건너간 그에게 “사흘 안에 뉴욕점의 에스프레소 블렌드를 만들라”는 본사의 지시가 떨어졌다. 뉴요커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맛을 찾는 게 시급했다. 미국 내 커뮤니티 사이에서 유명한 커피숍 등을 찾아 다니며 커피 맛과 에스프레소 머신, 커피 제조 레시피 등을 스스로 익혔다. 수백, 수만번의 커피 블렌딩을 거쳐 뉴요커들이 선호하는 커피 맛을 찾아내 갔다. 20대 커피전문가의 이런 노력과 열정 때문인지 뉴욕점은 비교적 빠르게 정착했고, 뉴요커들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커피의 등급을 정하는 큐그레이더는 일종의 커피감별사. 좋은 품질의 원두를 골라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는 ‘커피 레시피’를 만드는 게 주된 업무다. 각 지역에서 생산된 수십여 가지의 원두를 모아 블렌딩(서로 다른 원두를 혼합하는 작업) 한 뒤 최고의 맛을 찾아낸다. 미각과 후각이 뛰어나야 함은 기본 조건이다.
“과테말라나 온두라스 등 커피 원산지에 가서 좋은 생두를 찾고 생두의 가격도 정합니다. 이렇게 가져온 생두에 적합한 로스팅(볶는 작업)과 그 로스팅에 적합한 에스프레소 머신을 찾는 일도 하지요.” 그는 큐그레이더를 이렇게 설명했다.
최씨는 “‘스타벅스가 미국 커피 맛의 기준’이라고 할 정도로 ‘다크 로스팅’(오랫동안 원두를 볶는 것)’의 커피 맛이 오랫동안 뉴욕을 평정했지만 최근 이게 바뀌고 있다”고 했다. “미국은 지금 부드럽고 신선한 커피를 선호하고 있어요. 작업이 까다로운 ‘미디엄 로스팅’(중간 정도로 원두를 볶는 작업)’한 생두 본연의 개성을 드러내는 맛이 인기죠. 국내 ‘미디엄 로스팅’의 맛이 고스란히 미국으로 건너갔다고 보면 될 겁니다.”
최씨 이름 앞에 붙어있는 큐그레이더는 지난해부터 국내에서 붐이 일더니지금은 650명이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다. 국내 커피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큐그레이더에 대한 수요가 높아진 것이다. 최씨는 큐그레이더 숫자가 10명도 안 될때의 초창기 멤버다. 2009년 한국커핑심판관, 한국커피로스터마스터 자격증을 딴 뒤 미국으로 건너가 국제품질위원회(CQI)가 인증한 큐그레이더, 미국스페셜티커피협회(SCAA) 인증 커핑저지(생두감별사) 등 자격증을 잇따라 획득했다. 로스팅마스터, 커피임포터(산지 생두 구매 방법 등)인증, 실무 바리스타, 핸드드립 등 9개의 교육과정을 마쳤다.
이런 그에게 최근 또 하나의 미션이 주어졌다. 소속 회사의 사우디아라비아 진출 진두지휘를 맡게 된 것이다. “커피의 ‘커’자도 모르던 제가 군대에서 커피를 공부하던 동기 덕분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군대에서 2년간 접했던 커피가 인생의 전부가 됐습니다. ‘커피의 나라’ 유럽에 우리의 커피 맛을 전할 때가 오겠죠?”
강은영기자 kiss@hk.co.kr
조영호기자 you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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