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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활동 80세 현역 농구감독 임영보 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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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서 활동 80세 현역 농구감독 임영보 방한

입력
2012.06.29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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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수를 쓰지 않으면 한국 여자농구는 곧 종말을 맞이 할 겁니다.”

‘욕쟁이 감독’, ‘악바리 감독’등으로 불리며 1970, 80년대 한국 여자농구 전성기를 이끌던 ‘농구판의 잡초인생’ 임영보(80) 감독이 오랜만에 한국을 찾았다. 그는 국내 감독 시절 특유의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유명했다. 일본에 머물고 있는 그는 29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열린 서울시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 참관을 위해 잠시 귀국했다.

90년대 말 일본으로 진출해 농구감독으로서 남부럽지 않은 생을 살고 있는 그지만 청춘을 다 바쳤던 한국 여자농구가 예전 같지 않음에 “마음은 무겁고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고 했다.

황해 해주 출신인 임 감독은 55년 서울 수도여고 코치를 시작으로 농구 지도자에 입문한 뒤 동신화학, 국민은행, 태평양, 현대산업개발 등의 실업팀을 이끄는 등 55년간 여자농구 외길을 걷고 있는 최장기, 최고령의 농구지도자다. 98년 일본항공(JAL) 여자 농구팀을 맡아 당시 3부리그에 있던 팀을 2005년 일본종합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려놓는 등 거칠지만 선수 훈련 능력만큼은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농구와 회사 일을 병행하는 선수들과 늙은 한국인 감독의 우승 스토리는 2008년 일본에서 영화로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2009년까지 일본항공을 떠나기전까지 12년 동안 팀을 지도한 임 감독은 지난해 4월부터 니가타현의 요청으로 지역을 순회하며 농구를 가르치고 있다.

노감독의 마음이 무거운 이유는 야구 축구와 달리 여자농구가 시대 흐름을 제대로 읽지 못한 사실을 한국 방문 때마다 확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80년대만 해도 고교팀 선수들이 졸업할 때 아파트를 한 채 벌어서 나간다고 했을 만큼 그 인기가 축구 야구와는 비교가 안 됐어요. 감독으로 있을 때 구단주와 관계 기관을 설득해 후진 양성에 필요한 재정 지원과 시대변천에 맞는 이벤트 이끌어 냈어야 했는데….” 말끝을 흐린 그의 목소리에도 후회가 짙게 묻어났다.

바다 건너 일본에서 생활하면서도 한국 여자농구의 실력과 경기력 하락을 체감하고 있다고 했다. “7, 8년 전만 해도 한국 농구를 배우기 위해서 일본 고교팀이 한국 원정을 왔어요. 그런데 그게 싹 끊겼으니, 그 사이 일본이 한국을 앞섰다고 봐야죠. 그 때쯤부터 우리 유소년, 청소년팀이 일본을 이긴 적이 한번도 없어요. 일본과 달리 우린 지원이라곤 없거든요.”

이 때문에 터키 앙카라에서 열리고 있는 런던올림픽 예선대회에서 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도 있다는 게 임 감독의 판단이다. “일본과 한국이 맞붙을 가능성이 있어요. 그렇게 되면 일본이 이길 가능성이 더 높죠. 런던행 티켓 못 따내면 여자농구에 대한 관심은 뚝 끊기기 않겠어요? 더 늦기 전에 구단주와 체육계는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습니다. 시도에 1팀씩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여자농구팀 수부터 늘리는 게 대책의 첫걸음이 되면 좋을 겁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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