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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른다섯 살 맞은 건강보험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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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서른다섯 살 맞은 건강보험의 과제

입력
2012.06.29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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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출범한 건강보험이 올해로 35주년을 맞았다. 국민소득 1,000달러를 돌파한 그 해, 인구 3,200만 명 중 약 10분의 1인 대기업 직원 320만 명으로 시작한 건강보험은 불과 12년만인 89년 전국민을 포괄하는 전국민건강보험으로 성장했다.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기간 안에 이른바 '보편적 보장'을 달성한 것이다.

그동안 건강보험이 이룩한 성과는 눈부시다. 건강보험의 성장과 함께 병의원 등 의료시설과 의사, 간호사 등 보건의료 인력이 급속도로 증가해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기반을 갖추게 됐다. 국민의 의료이용이 획기적으로 증가했으며, 그 결과 70년 62세에 불과하던 평균 수명이 2009년에는 80.4세로 독일, 영국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이처럼 선진국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의료이용과 건강수준에도 불구하고 의료비 지출은 훨씬 적다. 2009년 기준 국내총생산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이 OECD 선진국은 9.2%인데 비해 우리는 단지 6.9%를 지출하고 있을 뿐이다. 많은 개발도상국 건강보험 관계자가 한국의 건강보험 구축 경험을 배우고 싶어 하고, 우리의 건강보험이 매우 비용 효과적인 제도라는 세계적 평가가 나오는 이유이다.

그러나 우리의 건강보험이 선진사회의 위상에 걸맞은 제도라고 자부하기엔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본다. 무엇보다 2010년 현재 진료비의 62.7%만 건강보험이 급여하고 나머지는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현실은 뼈아프다. 환자의 개인 부담이 아직도 턱 없이 커서 질병과 빈곤의 악순환을 끊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건강보험의 급여수준을 적어도 OECD 평균 수준인 진료비의 80%까지는 끌어 올려야 의료 선진국에 다가갈 수 있다. 대부분의 OECD 선진국들은 우리와 비슷한 소득수준일 때 이미 이 수준에 도달했다. 우리의 경제 규모나 국민의 부담 능력을 감안할 때 결코 비현실적인 목표가 아니다. 질병으로 인해 곤궁한 지경에 빠지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겠다는 국민적 여망은 여론 조사나 선거를 통해 이미 여러 차례 확인됐다.

우리의 과제는 이 목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건강보험을 지속가능한 제도로 확립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수의 국민이 원하고, 당장 경제적 부담 능력이 있다고 해도 결코 쉽지 않은 과제라고 여겨진다. 선거용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체계적인 전략과 계획이 마련되어야 한다.

실천을 위한 가장 중요한 현실적 과제는 소요재원을 무리 없이 마련하는 일이다. 건강보험이 더 많이 급여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민들이 추가 소요재원을 더 부담하는 수밖에 달리 방도가 없다. 공짜 점심은 없다. 여기에는 어떤 국가도 결코 예외가 없기 때문이다.

추가 소요 재원의 규모를 정확하게 산출해 솔직하게 국민들의 동의와 이해를 구하고, 국민들이 재원을 공평하게 부담하도록 재원조달체계를 개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현재 근로소득자와 지역가입자로 나뉘어져 끊임없이 불공정 시비를 부르는 이원적 보험료부과체계를 소득 중심의 단일 부과체계로 신속하게 개편하는 일이 필요하다. 동시에 보험료 부과 소득의 범위를 확대하고, 술 담배 등 건강유해물에 대한 과세 확대, 그리고 건강세 신설 등 다양한 재원을 발굴함으로써 재원조달 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선진사회에 걸맞은 수준 높은 건강보험을 갖는 일은 우리 모두의 소망이다. 국민, 정부, 그리고 의료서비스 제공자 모두의 의지와 협력이 필요하다. 선진사회의 공통점은 단지 건강보험 급여수준이 높다는 점이 아니다. 모두의 건강문제를 사회 구성원 전체가 연대해 해결하는 것이 옳고 효율적이라는 공적 건강보장체계에 대한 신뢰, 그리고 이를 지속시키려는 사회적 옹호와 지지가 바로 선진성의 척도라고 굳게 믿는다.

이기효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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