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라에는 설탕이 얼마나 들어갈까. 20온스(590㎖) 용량 콜라에 포함된 설탕의 양은 16티스푼 반 정도다. 한국 성인들 입맛에 가장 무난하다는 '다방커피' 한 잔이 설탕 두 스푼이니 콜라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거대 도시들이 '국민병'이라 불리는 비만과의 전면전을 선포하며 코카콜라와 펩시가 장악하고 있는 탄산음료를 최우선 공격대상으로 삼았다. 설탕 범벅인 탄산음료의 섭취를 줄여 비만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다. 미국 내 인구규모 1, 2위 도시인 뉴욕과 로스앤젤레스가 선봉에 선 이번 싸움의 성공 여부에 따라 탄산음료와의 전쟁은 미국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시는 음식점과 영화관, 야구장 등 공공장소에서 설탕이 들어간 16온스(480㎖) 이상 음료를 팔지 못하게 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법안을 제안한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은 "뉴욕시민 중 흡연 관련 연간 사망자는 7,000명에서 감소추세지만, 비만 관련 사망자는 5,000명 수준에서 증가 추세"라며 "흡연과 비만 사망자 수가 곧 역전될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 보건당국 조사에 따르면 뉴욕시 성인인구 절반과 공립학교 학생 40% 가량이 과체중이거나 비만이다.
이번 법안에는 탄산음료 외 설탕이 첨가된 커피와 차 등도 포함됐다. 단 무설탕 음료와 슈퍼마켓, 편의점 등의 소매점 판매 음료는 제외다. 예정대로라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된다.
로스앤젤레스(LA)도 탄산음료 판매 제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bc방송에 따르면 미첼 잉글랜더 시의원은 19일 열린 특위에서 어린이 비만 주범으로 탄산음료를 지목하고 판매 제한을 제안했다. LA 카운티 보건국도 공공장소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에 찬성, 시당국과 의회가 공조해 탄산음료 판매 제한에 나서는 형국이다.
하버드대와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위치한 교육도시 매사추세츠주의 케임브리지시도 식당에서 대용량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캘리포니아주 리치먼드시는 11월 탄산음료에 온스당 비만세 1센트를 물리는 방안을 두고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다.
미국의사협회는 미 전역에서 판매하는 탄산음료에 온스당 비만세 1센트를 물릴 경우 비만율을 5% 포인트 낮출 수 있고, 10년 안에 비만 관련 의료비용을 170억달러(약 19조원) 줄일 수 있다는 예측을 내놓았다.
그러나 미국음료협회 등 이해관계가 얽힌 이익집단과 시민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 탄산음료와의 전쟁은 순탄치는 않을 전망이다. 뉴욕시가 법안을 발표한 뒤 시민 500명을 대상으로 한 긴급 여론조사 결과 탄산음료 판매 제한 반대가 53%로 찬성(42%)보다 많았다. NYT는 "이유를 떠나 당국이 직접 개인의 기호에 제재를 가한다는 사실 자체가 시민들이 거부감을 갖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지속적인 판매감소 등으로 고민에 빠져있는 음료업계는 당국의 조치에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따르면 데이비드 소프 미국음료협회 대표는 LA 시의회가 19일 탄산음료 규제 관련 회의를 시작하자 의회를 직접 찾아 항의했다. 소프 대표는 "공공장소 내 탄산음료 판매금지와 비만해소 간에 직접적 연관이 없다"며 "특히 공론화 과정없이 판매를 제한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NYT는 "지난해 미국인 1인당 탄산음료 소비량이 하루 두캔 아래로 떨어져 1998년 대비 16% 포인트 하락했다"며 "탄산음료 판매 제한에 대해 음료업계가 손 놓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NYT는 "음료업계가 주력상품을 스포츠 드링크와 생수 등으로 전환하며 매출감소에 대처하고 있으나 여전히 주력은 탄산음료"라며 "시민들의 마음을 먼저 얻는 쪽이 결국 웃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