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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무연사회' 늘어가는 독신자…고독사의 공포,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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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무연사회' 늘어가는 독신자…고독사의 공포, 남의 일이 아니다

입력
2012.06.29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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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연사회/NHK 무연사회 프로젝트 팀 지음ㆍ김범수 옮김ㆍ용오름 발행ㆍ285쪽ㆍ1만3000원

채무 연대 보증을 섰다가 빚을 떠안는 바람에 이혼하고 70세가 다 되도록 일용직을 전전하다 쓸쓸하게 죽음을 맞은 한 남성. 거실에서 양반 다리를 한 채 앞으로 쓰러져 그대로 부패한 채 발견된 또 다른 남성.

2010년 1월 NHK 특별취재팀이 고독하게 살다 고독하게 죽는 무연사(無緣死)의 실상을 폭로한 '무연사회:무연사 3만2,000명의 충격'이 방영된 이후 일본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나홀로족'이 부쩍 늘어난 터라 "남 일이 아니다"는 공포가 숱한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한 노인이 얼굴을 감싸고 있는 사진에 돋보기를 들이 댄 검은색 표지가 섬뜩한 이 책은 NHK 제작진의 취재 뒷이야기를 담았다. 독거 상태에서 숨진 사람들의 연고자를 찾기 위해 지자체가 관보에 게재한 몇 줄짜리 사망 기사를 단서로 그 인생을 역추적하는 방식을 택했는데, 무연사회의 실상은 상상을 뛰어넘는다.

일본 전역에서 한해 공공 비용으로 화장되거나 매장되는 시신은 3만명이 넘는다. 가족들이 시신 인수를 거부해 버림받은 유골이나 한창 일할 나이에 직장을 잃고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된 이후 곤두박질 친 안타까운 사연들이 기록되어 있다. 유품을 정리하는 특수청소업자, 가족 대신 이웃이나 지인에게 의지해 최후를 준비하는 독신자들도 취재했다.

일본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고발하겠다는 의도로 기획을 시작했다는 NHK 취재진은 한 인간의 최후를 아무도 거두어주지 않는 데 대한 비정함 또는 서글픔을 담담히 추적했다. '무연사회' 공포는 개인화된 일본 세태와 구멍난 사회 안전망을 지적하는 것으로 논의를 확장하며 고용불안과 혈연 또는 지역사회의 인연 상실까지 파고들어 실태를 명징하게 보여준다. 이러한 '불안한 미래'는 결코 이웃나라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관계 맺는 것을 거부하는 독신자가 늘어나는 우리의 앞날을 보는 듯해 섬뜩하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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