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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中 주링허우 돌풍 잠재울 신동을 찾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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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中 주링허우 돌풍 잠재울 신동을 찾아라

입력
2012.06.29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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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바둑의 미래를 떠받칠 대들보감을 찾아라." 14세 미만 바둑 영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제 1회 영재 입단 대회가 다음 달 7일부터 시작된다.

국내 바둑계는 1986년 이창호가 연구생 1기로 입단한 이래 10여 년 간 이세돌ㆍ조한승ㆍ 최철한ㆍ원성진 등 10대 초반의 바둑 영재들이 대거 프로에 입문, 대부분 세계 정상급 기사로 성장해 한국 바둑이 오랫동안 세계 최강으로 군림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최근 들어 입단 적체 현상이 심해지면서 입단 나이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바둑 꿈나무들이 미처 꽃을 피우기도 전에 선배들에게 치여서 입단 기회를 놓치고 결국 바둑을 포기하고 떠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더욱이 늦은 나이에 입단할 경우 아무래도 세계 정상급 기사로 성장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특히 최근 중국의 신예들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엄청난 강세를 보임에 따라 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한국도 입단 문호를 대폭 늘리고 유망주들을 적극적으로 발굴, 육성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한국기원이 정규 입단 대회와는 별도로 영재 입단 대회를 새로 만들어 매년 두 명씩, 만14세 미만의 바둑 영재들을 프로에 입문시키기로 한 것이다.

영재 입단 대회는 다음 달 7일부터 예선이 시작되는데 현재까지 1998년 1월 1일 이후에 출생한 바둑영재 107명이 참가 신청서를 냈다. 이 가운데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될 성 부른 떡잎'은 신진서(12 ㆍ충암초등 6)와 신민준(13ㆍ충암중 1).. 공교롭게도 같은 신씨 성을 가진 두 명의 바둑 신동이다. 이들은 현재 비슷한 또래의 프로 지망생 중에서 월등히 높은 기량을 갖추고 있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유력한 입단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신진서는 2010년 제 10회 대한생명배 어린이 국수전서 우승, 정현산배ㆍ이창호배까지 휩쓸며 어린이 바둑계를 사실상 평정했다. 부산에서 바둑 교실을 운영하는 아버지로부터 다섯 살 때 처음 바둑을 배운 신진서는 불과 1년 만에 부산시장배 저학년부에서 우승, 이후 이붕배서도 5~6학년 형들을 제치고 유단자부 정상에 오르는 등 뛰어난 기재를 보였다. 특히 신진서는 특별한 스승 없이 인터넷이나 책을 통해 거의 독학으로 기량을 연마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바둑가의 관심이 쏠렸다.

지난 해 서울로 올라와 현재 충암도장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최근 끝난 연구생 리그서 나이 많은 형들을 제치고 131명 가운데 당당히 2위를 차지, 주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 정도면 거의 현역 프로나 진배없는 수준이다.

"이세돌과 비슷한 전투형 바둑이지만 이세돌보다 훨씬 침착하고 무리가 없다"며 지도 사범 한종진 8단의 칭찬은 끝이 없다. 이번에 입단할 경우 이세돌(1995년 7월), 조혜연(1997년 4월) 이후 17년 만의 초등학생 입단 기록을 작성하게 된다.

신민준 역시 바둑계에 널리 알려진 바둑 영재다. 일곱 살 때부터 양천대일도장에서 프로 입문을 목표로 열심히 바둑 공부를 해왔다. 한국기원 연구생 중에서 꾸준히 서열 10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연구생을 너무 일찍 시작해서 아마대회에 많이 출전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제 11회 대한생명배를 거머쥐었다.

국내 최연소 프로 기사인 이동훈(14) 초단과는 도장 선후배 간이다. 어릴 때부터 신민준을 가까이서 지켜본 김희용 양천대일도장 원장은 "두 신동은 기풍이 정반대"라고 운을 뎄다. 김 원장은 "신민준은 싸움이 강하고 이동훈은 계산이 정확하다"며 "서로 상대의 장점을 배우고 자신의 단점을 보완, 앞으로 바둑 인생에서 좋은 라이벌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들 외에 또 한 명 주목 받는 인물이 바로 '제 2의 박지은'으로 불리는 오유진(14 · 충암중 2년). 오유진은 만 6세 때 바둑을 시작, 초등학교 3학년 때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들어가 이듬해에 벌써 여자부 1조로 올라섰다. 2010년 제 10회 대한생명배서 우승자 신진서에게 아쉽게 1패를 당해 3위를 했다. 그동안 이 대회서 여자가 거둔 최고의 성적이다.

얼마 전에는 더욱 놀라운 일을 저질렀다. 지난 5월 세계청소년바둑선수권 대회 한국대표선발전에서 남자 연구생들을 제치고 당당히 출전권을 따낸 것이다. 여자 선수가 세계 청소년 대회 대표로 선발된 건 처음. 현역 프로기사는 물론 연구생들 사이에서도 남녀 간에 상당한 기량 차이가 있다고 여겨지고 있는 상황에서 거의 일어날 수 없는 대형 사고가 터진 것이다. 국내 여자 최강자인 박지은이 과거 연구생 시절 남자 동료들과 팽팽하게 맞대결을 펼치며 1조에서 버텼던 '전설'을 생각나게 한다.

오유진은 남자 동료들보다 더욱 여건이 유리하다. 만에 하나 이번 기회를 놓치더라도 7월 23일부터 시작되는 여자 입단 대회가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오유진과 한 팀을 꾸려 페어대회에 출전했던 한종진 8단은 "매우 공격적인 기풍으로 수읽기가 정확하고 계산력도 수준급이다. 이번 영재입단대회가 아니면 여류입단대회를 통해서라도 반드시 입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외에 옥득진 7단(양천대일) 박병규 8단(장수영도장) 한종진 8단(충암도장) 등 주요 도장 지도사범들이 꼽는 입단 유망주들은 송지훈(14) 박건호(14) 이어덕둥(14) 송규상(14) 안병모(14) 설현준(13) 박하민(14) 문유빈(14) 등 7~8명에 이른다. 이밖에 최규병 9단의 아들인 영찬(13)과 김성래 4단의 딸 다영(14)도 이번 대회에 출전 신청을 해 과연 또 한 쌍의 부자기사, 부녀기사가 탄생할 수 있을 지도 관심거리다.

박영철 객원기자 indra36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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