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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고 배제된 사람들 찾고 싶다"… 철학자 지젝이 간 곳은… 쌍용차 분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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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고 배제된 사람들 찾고 싶다"… 철학자 지젝이 간 곳은… 쌍용차 분향소

입력
2012.06.29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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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전 10시50분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 외국인 관광객 수백여명이 궁중 수문장 교대식을 보고 있는 가운데 한 외국인이 쌍용차 해직노동자 분향소로 쓰이는 천막으로 다가갔다. 그는 슬로베니아 출신의 세계적 석학 슬라예보 지젝(63)이었다.

김정우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이 그를 맞으며 "대한문 앞은 역사적으로 민초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던 자리였다"고 말하자, 지젝은 "한편에서는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조선시대 행사를 재연하고, 바로 옆에서는 쌍용차 분향소와 같은 끔찍한 비극이 공존하는 게 모든 자본주주의 국가의 현실"이라고 답했다.

마르크스와 헤겔, 라캉을 종합한 독보적 철학으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철학자인 지젝은 지난해 미국 월가 점령 시위 당시 시위대 한복판에서 "자신이 갈망하는 것을 진짜로 원하게 되는 걸 두려워하지 말라"는 연설을 해 대중적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날 쌍용차 분향소 방문은 지난 24일 방한한 그가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이데올로기적 장소를 찾고 싶다"고 요청해 이뤄졌다.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지젝은 우리 곁에 존재하지만 버려지고 배제된 사람들이 있는 곳을 가고 싶어 했다"며 "비무장지대(DMZ)와 쌍용차 해직노동자들이 해고자 복직과 파업 강제진압 책임자 처벌 등을 요구하며 4월부터 천막농성을 하고 있는 덕수궁 앞 분향소를 설명했더니 방문하고 싶다 했다"고 말했다.

지젝은 김 지부장과 30분 넘게 대화를 나눴다. 그는 "정리해고는 일반 시민의 삶을 무참히 파괴하는데도 정부는 구조조정이라는 중립적 단어를 써 책임을 피하려 한다"며 "민주주의의 수준은 그 사회가 노동자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 사람이 일터에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은 민주주의의 뿌리"라고 말했다. 김 지부장은 "이명박 정부는 노동자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해 어떠한 대화 노력도 없이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며 "한국에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전세계에 알려달라"고 말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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