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4일 경기 수원시 한 고교 화단 옆에서 노숙소녀 김모(당시 15세)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기관은 지적 능력이 떨어지는 노숙인 정모(34)씨에게 자백을 받아내 기소했고, 정씨는 2심에서 징역 5년이 확정됐다. 대법원은 28일 이른바 '수원 노숙소녀 살해사건'에 대해 재심을 결정했다. 발생 5년 만에 사건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대법원은 이날 정씨가 신청한 재심 기각 결정에 대한 재항고에 대해 "무죄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증거가 새로 발견됐다"며 "원심 결정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환송한다"고 결정했다. 대법원은 정씨가 징역 5년 선고를 받을 당시 다뤄지지 않은 수원역 내 CCTV 증거가 드러났고, 종전 판결에서 부각되지 않은 피해자 김양의 사망시각이 정씨의 진술보다 앞선 시점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은 곧 재심 개시를 결정해 사건을 다시 심리한 뒤 판결을 내려야 한다. 대법원이 새로운 증거를 인정한 만큼 기존의 유죄 판결이 유지되기는 어려워졌다. 또 대법원은 지난 14일 이 사건 공범으로 기소됐던 노숙청소년들에 대한 재판 과정에서 위증한 혐의로 추가 기소된 정씨에 대해 무죄를 확정했다. "내가 노숙소녀를 죽이지 않았다"는 정씨의 법정 증언이 위증이 아니라는 것을 대법원이 이미 인정한 것이다.
정씨는 오는 8월 2일 만기출소를 앞두고 있다. 재심에서 무죄를 받을 경우 정씨를 수사해 기소한 검경에 대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박준영 법무법인 경기 변호사는 "정씨는 잘못된 수사로 젊은 시절 5년을 감옥에서 보내고 있다"며 "늦었지만 이제라도 재심 결정이 내려져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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