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검찰이 28일 전격적으로 소환 사실을 밝힌 것은 사법처리를 전제로 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검찰이 형사처벌 여부도 확신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전 의원 같은 거물급 인사를 공개 소환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
이 전 의원의 형사처벌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관측은 특수수사의 성격에 비춰봐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금품을 제공했다는 공여자의 진술이 나와도 증거가 확보되지 않으면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나온 당사자에 대한 소환조사 없이 내사종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같은 수사 관행에 비춰볼 때 검찰이 이 전 의원 소환 일정을 공개한 것은 사실상 사법처리 의지를 드러낸 것이나 다름없다는 분석이다.
검찰이 이같이 강한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은 연말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요동이 치기 전에 대통령 측근ㆍ친인척 비리 수사의 부담을 최대한 털어버리고 가겠다는 포석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의원은 정권 출범 이후 각종 비리 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구설에 올랐지만 검찰은 한두 차례 서면조사만 실시하고 본격 수사에 나서지 않아 정권의 눈치를 본다는 비판을 받아온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이 전 의원 수사에 성공한다면 검찰은 최시중(72)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영준(52) 전 지식경제부 차관에 이어 '현 정권 실세 3인방'을 모두 사법처리하게 된다. 이 경우 최근 내곡동 사저 의혹 및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에 대한 미진한 수사로 쏟아졌던 비판에 대한 부담도 상당부분 덜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우선 검찰은 이 전 의원이 2007년 대선 직전 솔로몬저축은행 임석(50ㆍ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 수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보인다. 검찰 주변에서는 그동안 거물급 정치인이 임 회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돌았고, 이 전 의원이 1순위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임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과 이 전 의원이 다니는 소망교회의 금융인 모임인 '소금회' 멤버로 이 전 의원과 지속적으로 친분을 유지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추가 조사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임 회장의 금품 공여 진술과 증거관계가 거의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또 미래저축은행 김찬경(56ㆍ구속기소) 회장으로부터도 퇴출 저지 청탁과 함께 억대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전 의원은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지만, 불법 정치자금은 물론 저축은행 퇴출을 막아달라는 구명 로비 자금까지 챙겼다는 것이 검찰의 시각이다.
이 전 의원이 저축은행에서 금품을 받았을 것이라는 의혹은 진작부터 감지됐다. 검찰은 지난 3월 "이 전 의원 관련 수사를 저축은행비리합동수사단에 재배당해 일괄적으로 진행한다"고 천명했다. 이국철(50ㆍ구속기소) SLS그룹 회장의 횡령 사건을 수사하다 불거진 이 전 의원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의혹을 저축은행 비리를 파헤치는 합수단이 넘겨받아 처리한다고 검찰이 밝힌 데서, 이 전 의원의 저축은행 관련 금품수수 의혹은 사실상 굳어졌다.
공개수사 이후 넉 달 동안 이 전 의원 수사의 진척 상황이 외부에 드러나지 않자 한때 검찰이 이 전 의원 수사를 덮고 가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검찰은 그러나 현직 대통령의 친형이자 현 정권 최고 실세를 수사한다는 점에서 서두르지 않았다. 수사 진척 상황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을 받을 때마다 "뚜벅뚜벅 앞으로 걸어가고 있다"는 말로 대신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초기 "나중에 수사결과를 보면 알 것이다. 정의로운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 전 의원의 금품수수 의혹은 이외에도 더 있다. 검찰은 이 전 의원이 영업정지된 프라임저축은행 측으로부터 구명 청탁과 함께 4억원을 받았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사실 여부를 분석해왔다. 또 2009년9월~2011년11월 이 전 의원실 여비서의 차명계좌에 괴자금 7억원이 입출금된 사실을 파악, 자금 출처를 정밀 분석해 왔다. 문제의 7억원은 기업이나 저축은행에서 받은 뇌물이나 불법 정치자금의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제기돼 왔다. 검찰 관계자는 "프라임저축은행 4억원 첩보와 뭉칫돈 7억원도 큰 틀에서 보면 모두 연관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김학인(49ㆍ구속기소) 한국방송예술진흥원 이사장의 횡령 사건을 수사하다 드러난, 이 전 의원의 공천헌금 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소환 조사에서 확인할 예정이다. 검찰은 한예진의 전 경리직원 최모씨로부터 "대선 직전인 2007년 11월 김 이사장과 그의 동생이 현금 2억원이 든 박스를 차 트렁크에 싣고 어디론가 가지고 갔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결국 7월 3일 이 전 의원에 대한 검찰의 소환 조사는 그동안 제기된 정권 최고 실세와 관련된 모든 의혹들을 확인하는 과정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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