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모든 산의 정상에 올라봤다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이들 중에서 진정'산과 친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10여 년 전부터 느린 산행 붐을 주도한 '나무의사' 우종영(58)씨의 얘기다. 그는 최근 <게으른 산행2> 라는 제목의 책을 냈다. 2004년 출간된 <게으른 산행> 에 이은 두 번째 산행 가이드북이다. 우씨는 28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등산 인구가 많아지면서 대한민국의 산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무분별한 산행에 따른 산의 황폐화를 막고 인간들도 산을 찾아 지속적인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게으른 산행"이라고 강조했다. 책에는 그가 7년 동안 지리산에서부터 울릉도에 이르는 전국의 산을 두루 돌며 터득한 느림보 산행의 노하우가 녹아 있다. 게으른> 게으른>
게으른 산행은 무엇일까. "가령 이런 것이지요. 남들보다 두세 시간 일찍 두 세시간 늦게 산행 시간을 계획합니다. 되도록 일찍 산을 찾되 해가 뜨지 않는 이른 새벽일 수록 좋습니다. 목적지에 어떤 나무가 있는지 미리 공부합니다. 산행 길에 들어서면 만나는 모든 나무와 상견례를 한다는 마음으로 한 그루 한 그루 눈을 맞추며 인사를 건네지요. 한 나무 아래 오래 머물며 나무의 꽃과 잎, 뿌리와 줄기, 표피까지 찬찬히 관찰합니다. 이럴려면 일반 산행에 비해 평균 1.5배에서 2배 가량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간단해 보이긴 해도 실천은 쉽지 않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상을 빠르게 찍고 내려오는 산행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한 나무 아래서 오랜 시간 인내심을 발휘할 만큼의 호기심과 지식이 없는 겁니다."
그가 내세운 게으른 산행은 나무와 친해져야 가능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우씨는 40년을 나무와 동거했다. "열 여덟 살 때 꽃가게에서 우연히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이후 아픈 나무를 치료하고 건강한 나무로 잘 자라도록 돌봐주는 나무 의사가 되기 까지 나무 하나만을 생각했지요." 이쯤 되면 나무 의사를 넘어서 나무 지존으로 불려도 될 것이다.
<게으린 산행2> 에는 '나무 지도'도 들어 있다. "위도 37도 이남에 있는 18곳의 숲길을 찾아 서식하는 나무들을 조사했어요. 숲길마다 평균 대 여섯 차례씩 방문해 직접 관찰하고 연구해서 만든 나무 지도입니다." 나무 지도만으론 성의가 안 찼는지 사람들이 지도를 참고해 나무를 보고 구별할 수 있도록 '나무 검색표'를 별도로 만들었다. 게으른 산행에 나무 지도와 검색표는 필수품인 셈이다. 게으린>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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