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공격적인 경영을 해온 점을 감안하면 현재 상황을 그 만큼 불확실하고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신동빈(사진) 롯데그룹 회장은 28일 롯데백화점 경기 평촌점 문화홀에서 열린 그룹 사장단회의에서 유럽 재정 위기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 계열사의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주문하면서 "즉시 비상경영 시스템을 구성하고 구체적 액션 플랜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지난 몇 년간 롯데는 국내외 대형 인수ㆍ합병(M&A)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으며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하반기에는 어떤 상황이 닥칠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방심하지 말고 최악의 상황(Worst case)을 가정하고 모든 것을 대비해 달라"고 주문했다.
신 회장의 이 같은 당부는 M&A나 해외 진출을 신중히 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최근 롯데가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낮은 가격에 응찰, 결과적으로 발을 뺀 것도 이 같은 분위기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29일 본입찰이 예정된 웅진코웨이 인수전에서도 높은 가격을 써 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신 회장은 "지금은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해 내실경영을 통한 체질강화에 들어가는 단계"라며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최진주기자 parisco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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