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 실험을 하면 영하 20도 밑으로 떨어지는 경비행기 뒷좌석에서 바들바들 떨면서 5시간을 버텨야 하는데 추워서 귀가 떨어질 것 같아요."
국립기상청 수문자원연구팀 배진영 연구원은 낮 기온이 30도를 오르내리는 요즘 날씨에도 지난 겨울 진행한 인공강설 실험을 떠올리며 몸을 움츠렸다. 그는 인공강우ㆍ강설 실험을 위해 시계가 완전히 가려지는 구름 주변을 비행할 때마다 "두려움에 떤다"고도 했다.
104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가뭄이 절정에 달한 28일, 우리나라 인공강우 연구분야 최전선에 있는 국립기상청 수문자원연구팀을 찾았다. 최근 들어 "우리도 인공강우를 이용해 가뭄을 극복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연구팀의 대답은 "기술력을 갖춘다 해도 지금은 어렵다"였다.
인공강우는 구름 속에 비 또는 눈의 씨앗 역할을 하는 요오드화은이나 염화칼륨을 뿌려 수증기를 물방울로 만드는 작업인 만큼 풍부한 물기를 머금은 구름이 필수다. 오랜 가뭄으로 하늘이 메말라 있는 상황에서는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철규 연구팀장은 "가뭄이 닥쳐서 비를 만들려 하기보다는 비가 오는 계절에 강우량을 조절해 미리 저장해 두는 방식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강우가 '마른 하늘에도 비를 내리는 첨단 기술'로 일반인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데다 국가 지원도 부족한 탓에 팀원들의 고충은 이만 저만이 아니다. 배 연구원은 "(우리를) 청명한 하늘에 구름을 불러 비를 내리게 하는 제갈공명으로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며 "모든 구름을 비로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일본 원전 사고가 터졌을 때는 '러시아처럼 빨리 비를 만들어서 오염된 일본 대기가 넘어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루머를 근거로 하는 민원 때문에 애를 먹기도 했다고 한다.
걸음마 단계인 우리와 중국 등 인공강우 강국들과의 기술력을 단순 비교하는 세간의 시선도 부담이다. 중국의 경우 국가 인공강우 센터 종사 인원만 3만7,000명 넘지만 우리는 기상청 연구팀 7명이 전부다. 예산 규모도 비교가 되지 않는다. 중국이 매년 관련 연구에 804억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반면 우리는 5억원에 그치고 있다는 게 기상청의 설명이다.
이 팀장은 "우리나라가 최초로 인공강우 실험에 나선 것은 1960년대였지만, 항상 가뭄이 지나고 나면 대중의 관심이 멀어지고 정부의 지원도 끊겼다"며 "인공강우는 공항과 항만의 안개를 소멸시켜 비행기와 선박 운행을 늘릴 수 있고 겨울 강설량 증대로 봄 가뭄과 산불을 예방하는 등 잠재 부가가치가 많다"고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조원일기자 callme1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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