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편혜영(40)씨가 두 번째 장편소설 <서쪽 숲에 갔다> (문학과지성사 발행)를 냈다. '국토 서쪽 끝'(273쪽) 거대한 숲을 배경으로 한 신작은 숲 관리인 이경인의 실종과 후임자 박인수의 일화를 통해 일상에 편재한 불안과 공포를 탁월하게 형상화한다. 서쪽>
27일 서울 광화문 근처에서 만난 편씨는 "불안과 의심에 사로잡혀 스스로 지옥을 만드는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친숙하지만 낯선 공간인 숲, (해가 뜨는) 동쪽의 긍정적 이미지와 반대되는 서쪽을 합해 '서쪽 숲'을 배경으로 삼았다"고 덧붙였다.
입산이 통제된 거대한 숲. 신임 관리자 박인수에게 낯선 남자 이하인이 찾아온다. 변호사인 그는 박인수가 오기 전 관리인으로 일하다 실종된 형 이경인을 찾고 있다. 이하인은 박인수를 비롯해 산림학연구소 직원 진하경, 연구소 관재과 소속 진 선생, 마을 사람들을 차례로 만나 형의 소식을 묻지만 모두들 이경인의 존재를 알지 못하거나, 모른 척한다. 한편의 추리소설처럼 읽히는 이 소설의 1부는 사건해결사 이하인이 뺑소니로 죽게 되면서 전형적인 장르소설의 문법을 거스른다. 미스터리 영화에 비유하자면 주인공이 극의 3분의 1 지점에서 죽어버린 셈이다.
작가는 "장르소설에서 범인이 밝혀지면, 절대악과 절대선이 생긴다. 현실의 인간은 선과 악이 공존하는 다면적인 존재"라며 "하나의 사건에 하나의 진실만 있는 건 아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본 진실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소설은 서쪽 숲의 비밀을 2부와 3부에서 다시 추적하며, 사건의 진실 찾기에 실패한 인간의 불안에 초점을 맞춘다. 별다른 사건의 진척 없이 각자의 입장에서 본 진실을 '미로처럼 구불구불한'(114쪽) 이야기로 겹겹이 겹쳐놓는다.
알코올 중독인 박인수는 진 선생과 마을사람들의 이야기와 행동을 통해 전임자 이경인이 주변인들의 공모로 실종됐음을, 이 음모가 이제는 자신을 겨냥할 것임을 감지한다. 하지만 술을 마시면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증상이 재발해 주변인은 물론 자기 자신도 이 추측을 확신하지 못한다. 이 모든 사건의 결정적 증거가 될, 그래서 '기괴하고 흉측한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낼 것 같은'(302쪽) 사택의 지하실은 정작 '완벽하게 텅 비어'(303쪽) 있다. 숨겨진 다른 음모가 있는 것 같지만 그 정체마저 불분명하다. 박인수는 자신을 둘러싼 불안의 근원을 알기 위해 '모든 것이 불확실한'(339쪽) 서쪽 숲으로 들어간다.
작가는 "사건의 윤곽을 명확하게 밝히는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흩뜨리는 데 관심이 있었다"며 "하나의 인과관계로 어떤 사건과 배후를 설명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이를 보여주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편씨 소설의 특징이었던 그로테스크하고 하드고어적인 묘사는 단정한 모양새로 변했지만, 소설 전반에 흐르는 우울한 기시감은 두 번째 장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2010년 <문학과사회> 에 1년간 연재 후 다시 1년 동안 다듬어 책을 낸 작가는 내년 초 한 문예지에 세 번째 장편을 연재할 예정이다. 문학과사회>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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