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3.3%로 본 정부의 판단은 비교적 '솔직한 시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경제가 생각만큼 나빠지지 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0.4%포인트나 전망치를 낮춘 것은 정부 입장에서 상당한 용기라는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여다 본 우리 경제의 주력 분야는 갈수록 동력을 잃어가는 모습이어서 우려를 높인다. 대외여건이 어려운 만큼 내수(민간소비)가 우리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주식자산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가계 빚 부담마저 높아 전망은 어둡기만 하다. 6개월 전 3.1%였던 민간소비 성장률 전망은 2.5%로 더 낮아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은 수출 증가율은 7.4%에서 3.5%로 반토막이 됐다. 3.7% 성장 전망 당시 0.8% 정도의 비중을 점쳤던 순수출의 기여도는 이번에 0.3%로 더욱 쪼그라들었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선 선진국 등 세계경기가 장기 침체를 겪는 한 마땅한 탈출구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늘 부족한 내수를 수출로 보완하는 구조이다 보니 수출 위축이 더 심각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서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대책에는 글로벌 침체의 장기화가 부를 충격파를 고심한 흔적이 묻어난다. 경기 부양 방법으로 재정 투입을 택한 것은 추가경정예산이 미칠 재정건전성 악화 사태를 피해보자는 의도다. 그래서 통계상 당장 국가채무에 반영되지 않고 재정수지에도 추경보다 영향이 덜한 기금 증액과 공공투자, 예산집행률 상향 등이 선택됐다. 최상목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재정건전성을 지키면서도 경제 활력을 뒷받침하는 대책"이라고 설명했지만 결국 장기적인 나랏빚의 총량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내년 균형재정 달성 여건도 더욱 힘들어졌다. 세수에 영향을 미치는 성장률은 낮아진 반면, 경기 부양을 위한 지출은 계획보다 늘고 있어서다. 정부는 8조5,000억원의 재정투입이 연간 성장률을 0.25%포인트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지만, 이 돈이 어떻게 쓰이느냐도 문제다. 자칫 멀쩡한 도로 파헤치기 등이 재연될 우려도 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재정 투입은 바람직해 보이지만 무의미한 건설사업보다는 미래에 도움이 되는 분야에 우선 투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MB정부 들어 연이은 3%대 성장으로 성장잠재력마저 더 추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높다. 신민영 부문장은 "정부는 하반기 회복을 기대하지만 그 후 펼쳐지는 성장 수준이 예전보다 훨씬 낮을 수 있다는 게 문제"라며 "MB정부의 남은 6개월이라도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을 높이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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