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키워서 소를 산다는 이솝우화를 보고 동물농장을 꿈꾸고, 자기만의 장미에 물을 주는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 이야기에 나만의 화원을 가꾸는 꿈을 꿨던 어린 날이 있었다.
최근에야 접한 조앤 K. 롤링의 해리포터는 세상의 모든 문제를 마술과 주문으로 해결하는 모습에 통쾌함을 느꼈다. 이런 몽상가들의 생각은 우리의 고달픈 삶에 꿈과 깨달음, 활력을 준다. 터무니없는 몽상이 항상 나쁘지만은 않은 이유다.
몽상가들은 자주 '우리가 ○○이 되었다'고 가정하곤 한다. 이들이 품고 있는 엉뚱하고 황당한 가정들은 창의력과 상상력의 원동력이자 우리에게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다.
최근 국내 원전정책과 전력수급 이슈에도 몽상가들이 모여들고 있다. 몽상가들의 생각이 에너지 분야에 옳게 쓰이길 기대했지만, 일부 몽상가들의 그릇된 가정은 모두에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이른바 '신재생에너지 몽상가'들이 우리나라 에너지 분야 전체를 긴장시키고 있는 것이다.
요즘 자연에너지는 신재생에너지라는 멋진 이름으로 인류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희망처럼 이야기되고 있다. 반면에 화석에너지와 원자력에너지는 인류가 성장의 탐욕으로 만들어낸 없애야 할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좀 더 거부감을 줄 수 있는 '핵에너지'라든가 '핵쓰레기'라는 표현들이 일부 몽상가들의 입에서 거침없이 쏟아진다. 이런 극단적인 주장은, 듣는 이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몽상이 아니라 사전적인 의미 그대로 실현성이 없는 헛된 몽상일 뿐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우리나라는 에너지자원이 극히 빈약해 97%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 값은 치솟고 대체에너지 개발도 당분간 큰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환경문제로 화석연료의 사용은 극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원전정책의 유지와 원전 계속가동은 확보된 에너지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방안이다.
대한민국 원전의 효시 격인 고리원전 1호기는 원전수명 30년 기한이 지난 2007년부터 10년 기한으로 연장 가동중이다.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실시한 특별 안전점검에서 설비상태가 양호하다는 성적표를 받았다.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확인을 받은 만큼 단계적 부품 교체와 계속운전을 통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재정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그간 반핵단체 중심으로 굳어진 원전에 대한 불신으로 고리원전 1호기 계속운전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설계수명이 지난 노후 원전의 재가동은 받아들일 수 없으며, IAEA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안전점검 절차도 믿을 수 없다는 견해가 신재생에너지 몽상가들에 의해 되풀이되면서 지역민심은 원전 거부단계까지 다다른 상태다. 오로지 반원전 몽상으로 국민에게 오해와 불신의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1년 새 전기료를 유례없이 두 차례나 올렸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에너지절감과 낮은 전기료의 정상화를 이유로 모든 전력서비스를 통틀어 평균 13.1%의 인상안이 추진되고 있는 점도 살펴볼 문제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나 살림을 꾸려가는 서민들은 겨우 2~3%의 전기요금 인상도 매우 부담스럽고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럴진대 '신재생에너지 몽상가'들은 원전폐쇄와 함께 이른 시일 안에 신재생에너지가 원자력을 대체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력 생산단가가 10여배나 높은 태양광 에너지 등으로의 성급한 전환을 말하지만 이에 따른 전기료 인상과 국가재정 약화 등으로 기업과 가정에서 받을 압박의 정도는 고려하지 않은 모양이다.
몽상가가 존재의 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그들의 주장이 황당하다손 치더라도 이솝우화, 어린왕자, 해리포터처럼 우리에게 꿈과 희망을 준다는 점에 있다. 하지만 원자력은 사고 위험이 크고 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수십만 명이 죽을 수 있다는 식의 막연한 주장은 하늘이 무너질 것을 두려워하여 집 밖에도 나서지 못하는 '비관적 망상가'의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경진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