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까지 부진했던 경기가 하반기엔 회복세를 탈 것이라는 ‘상저하고(上低下高)’ 기대가 무산됐다. 유럽 재정위기 장기화 등으로 수출과 투자, 내수 등이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따라 어제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올해 성장 전망치를 당초 3.7%에서 3.3%로 대폭 낮췄다. 성장도 성장이지만, 가계부채 등 잠재 위험이 폭발하지 않도록 빈틈없는 선제적 관리가 더 절실한 상황이다.
경기회복 지연에 따라 정치권에선 내수 진작을 위한 대규모 추경편성 요구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추경 대신 일단 예산집행률을 예년 평균보다 1.6%포인트(약 4.5조원) 높이고, 각종 기금을 증액(2.3조원)해 약 8조5,000억원의 재정투자를 추가하기로 했다. 글로벌 위기의 장기화 조짐이 뚜렷하기 때문에 경기진작책을 일시에 공격적으로 소진하기 보다는 좀 더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선택인 셈이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의 요구에 정책기조가 흔들리지 않아야 할 것이다.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의 경고음이 예사롭지 않다. 당장 252만명이 이용하는 대부업 연체율이 상반기에 이미 15%를 넘어서는 등 저신용ㆍ저소득층 부채가 취약고리다. 정부는 곧 한국은행 등과 협조해 서민 고금리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해주는 ‘저신용자 프리워크아웃’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신속한 시행이 관건이다. 주택담보대출도 5월말 연체율이 0.85%로 5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고, 아파트 집단대출 연체율은 1.71%까지 치솟았다.
주택담보대출의 대량 부실화를 막기 위해선 무엇보다 부동산 거래가 살아나야 한다. 가계로서는 대출을 끼고 산 집만 팔 수 있어도 과도한 부채를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5ㆍ10 대책’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전혀 풀리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는 하반기 정책방향에서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취득세 추가감면 등은 지자체 등의 세수감소로 이어져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가계부채 구조조정이라는 큰 틀에서 주택거래비용을 낮추는 방안 정도는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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