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둔화(1분기 -0.5조원)한 건 사실이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이 상승(작년 말 9.3% →4월말 11.6%)하는 등 대출구조도 다소나마 개선됐다. 문제는 취약고리가 점점 느슨해지면서 가계대출의 질이 악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1, 2개 취약고리가 끊어진다면,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동시다발적으로 부실화할 우려가 크다.
현재 가장 취약한 고리는 자영업자다. 통계청의 2011년 가계금융조사 결과를 보면, 자영업자 가구의 평균 부채는 8,455만원으로 전체 평균(5,205만원)보다 60% 이상 많다. 이러니 가처분소득 중 빚 원리금 상환액 비중도 상용임금근로자(14.7%)의 거의 두 배에 육박(26.6%)한다. 세금 등을 제하고 개인이 쓸 수 있는 소득이 100만원이라면 이 중 26만6,000원을 빚 갚는데 쓴다는 얘기다.
더욱이 포화 상태를 넘어선 자영업자의 경우 경기가 조금만 둔화해도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높은 자영업자 비중이 대출 원리금 상환을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곳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 역시 언제 끊어질지 모를 취약 고리다. 개인신용평가회사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에 따르면 4월말 현재 3곳 이상 금융회사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자는 182만3,889명. 이들의 연체율은 2010년 말 2.41%에서 4월말에는 4.15%로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다중채무자의 연체는 연쇄적으로 금융권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악성 채무로 분류된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이 27일 "은행들이 공동 출자해 다중채무자의 부채 인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한 것도 그만큼 다중채무자 문제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자영업자, 다중채무자와 더불어 또 하나 취약 고리는 고령층이다. 전체 대출자 가운데 50세 이상 비중은 2003년 말 33.2%에서 작년 말에는 46.4%까지 치솟았다. 평균 부채 보유액 역시 50대가 6,895만원으로 30대(4,609만원), 40대(6,469만원)를 웃돈다. 고령층은 안정된 소득이 없기 때문에 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이 더 높을 수밖에 없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28일 보고서에서 "국내 65세 이상 고령가구의 가처분소득은 월 평균 109만원인데, 적정 생활비는 142만원으로 노후생활비가 턱 없이 부족하다"며 "소득 감소와 연금 부족으로 주택 처분 등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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