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 2012가'파넨카킥'의 마법에 사로잡혔다.
페널티킥 키커가 골키퍼 정면을 향해 느린 칩슛을 날리는 것을 '파넨카킥'이라고 부른다. 체코슬로바키아 축구 대표팀 미드필더 안토닌 파넨카(64)가 처음 시도한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쉽게 볼 수 없는 '파넨카킥'이 유로 2012 대회 막판 연일 피 마르는 승부를 가르고 있다.
28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돈바스 아레나에서 열린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유로 2012 준결승은 120분간 혈투 끝에 승부차기에서 희비가 갈렸다. 양팀은 옐로우 카드 8개를 주고 받는 육탄전을 펼쳤지만 연장 종료까지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고 승부차기에서 스페인이 4-2로 승리, 결승에 선착했다.
양팀 4번 키커의 발에서 승부가 갈렸다. 2-2로 맞선 상황에서 스페인의 세르히오 라모스(레알 마드리드)는 '파넨카킥'으로 골 네트를 갈랐다. 라모스가 슈팅을 날리는 순간 자신의 왼쪽으로 몸을 날린 포르투갈 수문장 후이 파트리시오(스포르팅)는 허탈하게 고개를 숙였다. 이어 나선 포르투갈의 브루노 알베스(제니트)의 강슛은 크로스바를 때리고 말았다. '행운의 여신'이 스페인을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스페인의 5번 키커 세스크 파브레가스(바르셀로나)의 슈팅이 골 네트를 가르며 120분의 혈전은 막을 내렸다.
'파넨카킥'은 25일 열린 8강 마지막 경기에서도 승부를 갈랐다. 승부차기에서 1-2로 뒤진 가운데 3번 키커로 나선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AC 밀란)는 '파넨카킥'을 성공시켰고 잉글랜드는 애슐리 영과 애슐리 콜의 잇단 실축으로 고배를 들었다.
'파넨카킥'은 고도의 심리전이다. 골키퍼가 키커의 슈팅 방향을 미리 예측하고 몸을 날린다는 점을 역이용한 것이다. 그러나 위험 부담이 크다. 어설프게 시도했다가는 망신을 당하기 십상이다. 팀 분위기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런 점에서 라모스의 강심장은 감탄을 자아낸다. 그는 2개월 전 승부차기 실축으로 심한 마음고생을 겪었다. 4월26일 열린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2011~1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홈 경기 승부차기에서 4번 키커로 나선 라모스의 슈팅은 어처구니 없이 허공을 갈랐다. 레알 마드리드는 1-3으로 패배했고 라모스는 패배의 원흉이 됐다. 2개월 전의 악몽을 고려할 때 승부차기에 나서는 것 자체가 두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라모스의 배짱은 상상을 초월했다.
라모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뭔가 기억될 수 있는 방법으로 페널티킥을 성공하고 싶었다. '파넨카'는 골키퍼가 예상할 수 있는 마지막 경우로 자신감을 갖고 시도해야 한다. 볼을 향해 달려가며 골키퍼의 몸이 한쪽으로 치우치는 것을 봤고 행운이 따랐다"고 '파넨카킥'을 시도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접전 끝에 석패한 파울로 벤투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은 "증명할 길이 없지만 '파넨카킥'의 성공은 상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고 라모스의 페널티킥이 승부를 갈랐음을 인정했다.
포르투갈의 슈퍼스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는 120분간 날린 7번의 슈팅이 모두 빗나가며 고개를 떨궜다. 승부차기 기회도 주어지지 않아 아쉬움이 더욱 클 법하다. 벤투 감독은 호날두를 5번 키커에 배치한 것으로 여겨진다.
스페인은 2일 키예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에서 독일-이탈리아전 승자와 격돌한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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