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여중생 사망사건 추모 촛불집회를 촉발하고 노무현 대통령 당선에 기여한 온라인 커뮤니티, 2004년 17대 총선 당시 탄핵 이슈를 견인한 미디어다음의 토론게시판 아고라.
2000년대 인터넷 대중화 이후 온라인 공론장이 선거 국면에서 큰 힘을 발휘한 것처럼 올해 연말 대선에서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가 온라인 공론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지 주목되고 있다. 4ㆍ11 총선은 그런 궁금증을 풀어줄 단초가 됐다.
윤영민 한양대 정보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제19대 국회의원 총선거와 SNS: 그 역할에 관한 비판적 검토'에서 "트위터는 공론장이라기보다 난장이었다"고 지적했다. 4ㆍ11 총선 기간 동안 트위터에서는 주류 미디어와 다른 독립적인 의제 설정이 이뤄졌지만 당파적 갈등이 심각한 선거 국면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으며, 감정적 호소에 그친 트윗들이 논리적 토론 진행을 어렵게 했다는 것이다.
4ㆍ11 총선 동안 트위터 공간의 주요 이슈는 ▦불법사찰 ▦야권비판 ▦여당 비판 ▦투표 독려 등으로, 같은 기간 주요 일간지들이 머릿기사로 다룬 ▦불법사찰 ▦김용민 후보 도덕성 ▦수원살인사건 등과는 어느 정도 독립적인 의제를 다뤘다. 그러나 의제에 대한 내용은 투표 독려와 같은 감각적 수준을 넘지 못했다. '저 많은 초 값을 누가 댄거야? 쇠고기 촛불시위때 대통령의 이 한마디로 민간인 사찰이 시작됐다 하구요. 중소기업하던 김종익씨가 이유도 모른채 사찰당했고 인생이 황폐해진 겁니다'(민간인 불법사찰에 관한 방송인 김미화의 트윗)처럼 직관적이고 감점에 호소하는 트윗들이 인기 트윗으로 회자되면서 공론장의 필수요소인 이성적 토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윤 교수는 또 선거 이후에도 치밀하게 논의됐어야 할 사회적 현안들이 제대로 주목을 받지 못한 채 타임라인을 떠내려갔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과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문제, 공영방송 독립성 확보,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이슈가 트위터상에서 감각적 대응으로 소비되면서 선거가 끝난 뒤 이들 현안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급격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정치처럼 진영간 대립이 분명한 영역의 경우 트위터 같은 매체는 공론장이 아니라 '전장터'의 성격을 띄게 된다"며 "트위터 덕분에 유권자들의 정치적 의사표현이 크게 증가한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생산적인 정치적 토론을 가져왔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박소영기자 sosyo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