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은 기로에 놓여 있다. 시장개방, 정보화의 발전, 농업기술의 발전, 대기업의 유통업 진출 등 다양한 요인으로 급속히 변화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WTO체제 출범 하에 FTA체결 등 시장개방의 폭이 증가하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국내 농업이 위협을 받고 있다. 대내적으로는 소비자의 요구와 관심이 식품안전, 맛, 건강으로 옮겨가고 있어 안전성과, 신선도 등이 확인되지 않은 농산물은 기피하고 있으며, 원료농산물에서 외식ㆍ급식ㆍ가공식품 등 고부가가치 농식품으로 수요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또한 국내외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하면서 정량, 정품, 정시, 정가, 정포장 등 새로운 농산물 유통패턴의 변화를 촉발했다. 이런 여러 변화의 요인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우리 농업은 필수적으로 그 동안 산지유통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없지 않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우선 선택과 집중에 의한 규모화 된 산지유통 경영체를 육성해야 한다. 시군당 1, 2개 정도의 산지경영체(농협 또는 농업법인 등)를 산지유통의 핵심주체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소비지에서는 항상 균일한 상품을 일정하게 지속적으로 공급받기를 원하고 있으나 산지의 형편은 읍ㆍ면단위의 농협과 영세한 영농법인에 불과해 대형유통업체의 PB 브랜드에 의한 일시적인 공급에 그치고 있다. 자체 브랜드를 운영할 정도의 규모화 된 산지경영체가 필요하다. 농림수산식품부에서는 규모화 된 경영체를 2015년까지 150개소를 지정해 운영할 계획으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현재 170개소의 경영체(농협조합공동사업법인, 농협연합사업단, 영농법인, 농업회사법인 등)를 선정해 운영하고 있다.
두 번째는 공동계산의 활성화를 위해 작목반 등을 기본 단위로 조직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공동계산은 동일한 품질과 규격의 상품에 대해선 생산자의 구분 없이 동일한 수취가격을 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규모화와 품질관리를 가능하게 하므로 공동판매사업의 질적 수준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재배ㆍ수확ㆍ선별 등과 관련된 제반 문제를 자체 규약으로 해결토록 하고 농협 또는 영농법인과의 계약관계를 통한 철저한 조직관리가 필요하다. 공동계산의 정착을 위해서는 생산자와의 신뢰 구축이 필수적이다. 공동선별비, 시설ㆍ장비구입비 등이 우선 지원되어야 하며, 판매자(산지경영체)는 판매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아직도 공동계산은 전체 매출액의 37%로 부족한 형편이다.
외국산 농산물과 경쟁할 수 있는 품질 및 안전한 상품도 만들어야 한다. 소비자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생산단계부터 안전성 관리를 강화해 안전한 농산물의 고품질 상품으로 차별화해야 한다. 농림부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농산물의 안전성 확보를 위해 2015년까지 GAP(농산물우수관리제도) 농산물을 전체 생산의 10%수준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마지막으로 수확 후 관리(Post-Harvest Technology)로 상품성을 제고해야한다. 수확 후 관리기술은 물류비용 절감과 유통과정상의 상품성 저하 및 감모량 최소화를 위해 적용해야 할 농산물 유통개선의 필수요소이다. 예냉, 예건 등을 통해 신선도 유지와 감모를 줄이고, 수확 후 처리를 위한 포장은 품질의 차별화에 기여하고, 상품의 가치를 높여 부가가치를 제고할 수 있으므로 자체연구 및 벤치마킹 등을 통해 소비자를 유혹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수확 후 관리를 위해 농촌진흥청 및 전문기관 등의 지원도 확대돼야 한다.
우리 농업의 변화를 위해선 마음가짐부터 달라져야 한다. 환골탈태 하는 심정으로 기존방식과 기득권을 포기하고 새로운 도전과 변화를 위해 산지경영체의 규모화, 고품질 상품생산의 전문화, 공동계산을 위한 조직의 확대만이 우리 농업을 살아남게 할 것이다.
이한준 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산지유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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