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핵심 기술인 OLED 기술 유출에 개입한 이스라엘 업체 오보텍은 검찰의 수사 초기 잘못을 인정하기보다 오히려 큰 소리를 쳐서 검찰 관계자들을 당황스럽게 했다. 오보텍은 변호인을 통해 "수사를 계속하면 삼성과 LG가 망한다. 그래도 수사를 계속할 것이냐"며 피해 업체와 검찰을 협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삼성과 LG가 "오보텍이 철수해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히자, 오보텍은 한발 물러서면서 "이스라엘 본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이라며 꼬리 자르기에 나서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오보텍 본사가 개입한 정황을 다수 발견했다. 오보텍 한국지사 직원들의 진술과 이메일 등을 분석한 결과, 오보텍 본사의 최고기술자 임원에게 유출된 삼성과 LG의 기밀자료가 넘어간 사실을 파악한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오보텍 본사 임원에 대해 출석을 계속 요구하고 있으며, 직원들의 인적 사항을 파악하는 등 내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이스라엘 본사에 대해서도 수사 확대 의지를 내비쳤다.
검찰 수사로 오보텍 산하 정보수집기관인 DAP라는 조직의 실체도 드러났다. DAP는 오보텍의 홍콩 소재 법인으로 삼성과 LG 등 고객업체의 정보를 취합해 본사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해 왔지만, 국내 대기업들은 이 같은 사실을 전혀 몰랐다. 검찰 수사 결과 구속된 오보텍 한국지사 직원들은 삼성과 LG에서 유출한 자료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이스라엘 본사와 DAP, 중국 영업담당 직원 등에게 전달했다. 검찰 관계자는 "DAP가 정보활동을 통해 상당한 자료를 축적한 것이 틀림없다"며 "오보텍 본사가 DAP로부터 넘겨받은 자료를 어디까지 전달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전했다. 빼돌려진 정보가 광범위하게 유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으로 국내 대기업의 허술한 보안 상황도 재차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직원들이 신용카드형 USB와 광학장비를 연구소에 몰래 가지고 들어간데다 신발과 벨트, 지갑 등에 USB를 숨겨 회로도 등을 빼냈는데도 두 기업은 이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빼돌려진 기술이 이미 해외로 넘어간 뒤에야 국가정보원이 수사에 나섰고, 삼성은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 LG는 국정원과 검찰의 수사가 시작되기 전까지는 기술이 유출된 사실조차 몰랐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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