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 소송 중인 삼성가(家)의 이맹희(81) 전 제일비료 회장 측과 이건희(70) 삼성전자 회장 측이 27일 서울중앙지법 민사32부(부장 서창원) 심리로 열린 두번째 공판에서 "도둑놈 심보"라는 말까지 나오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이날 공방의 초점은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차명주식 보유 현황 및 거래내역 공개 여부였다. 이 전 회장 측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에도 삼성생명 주식 보유 및 전환 자료는 1994년 것까지밖에 안 나왔는데, 이번에는 1988년 자료까지 재판부에 제출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민법상 상속권의 침해 사실을 안 날로부터 3년 또는 상속권의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을 경과하면 제척기간이 지나 청구권이 소멸된 것으로 보는데, 이 회장 측이 상속권 침해행위가 있은 지 10년을 훨씬 지났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자료를 제출했다는 주장이었다.
이 전 회장 측은 이어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차명주식 보유 현황 및 거래내역도 공개하라"고 이 회장 측을 압박했다. 현재 삼성생명의 차명주식만을 대상으로 소송을 벌이고 있지만, 삼성전자의 차명주식도 확인되면 상속권 분쟁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삼성생명은 비상장 회사라 주주가 몇 명 안되니 차명주식 보유 및 거래 내역이 확인되는데, 삼성전자는 1년에 수십만명의 거래가 있어 증권예탁원에도 수년 이상 지난 자료가 없다"고 반박했다.
감정이 격화되자 거친 표현도 나왔다. 이 회장 측은 2008년 삼성특검 수사결과가 나왔을 때 이 회장에게 차명주식이 있다는 내용을 보도한 기사를 증거로 제출하면서, 당시 보도를 통해 이 전 회장 측이 상속권의 침해 사실을 안 지 3년이 지났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전 회장 측은 그러자 "장기간 (차명주식) 은닉 후 제척기간이 경과하자 참칭 상속인을 주장하는 도둑놈 심보"라고 공격했다.
이 회장 측은 "1976년 주주 1인의 최대 주식 보유를 전체의 10% 이내로 제한하는 증권거래법이 생기면서 경영권 확보를 위해 선대 회장도 차명주식을 활용했다"며 삼성가에서 차명주식은 경영권 확보를 위한 관행이었고 부도덕한 일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재판부는 감정싸움이 격해지는 듯하자 "양측의 논리만 듣겠다"며 제지하기에 나섰다. 재판부는 7월25일 열리는 다음 재판은 방청객이 매우 많은 점을 감안해 대법정으로 법정을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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