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의 '말 바꾸기'가 점입가경이다. 2차 진상조사 보고서를 통해 비례대표 부정 경선의 실체가 거듭 확인됐지만 1차 조사 발표 때와 같이 이번에도 편파ㆍ부실 조사를 운운하며 자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2차 진상조사 결과 책임질 일이 있으면 책임지겠다"던 본인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 의원은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차 진상조사 보고서가 객관성과 공정성, 합리성, 최소한의 진실성도 결여한 만큼 (의원직) 사퇴 시기를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우리나라 최고 전문가에게 외주를 줘서 온라인투표에서 부정이 없었음이 확인됐는데도 특위가 외주 보고서를 폐기했고 김동한 특위 위원장도 이에 항의하며 사퇴했다"고 말했다. 전날 당의 공식입장으로 확정된 2차 진상조사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에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하지만 이 의원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논점을 교묘히 이동시키면서 사실 관계를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온라인투표의 핵심 쟁점은 동일 인터넷주소(IP)에서 많게는 수백명까지 투표한 것이 대리ㆍ동원ㆍ유령당원 투표 가능성과 맞닿아 있는 점이다. 그런데도 이 의원은 애초부터 가능성이 적다고 여겨졌던 소스코드 문제를 부각시키며 관련 용역보고서만 강조했다.
이 의원은 온라인 투표 과정에서 구당권파가 관리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공유하며 1,480회 이상 미투표자 현황을 파악한 뒤 이를 조직적으로 활용했을 개연성까지 드러났는데도 부실ㆍ편파조사라는 군색한 주장만 되풀이하며 3차 진상조사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이 그 동안 "책임질 일이 있으면 사퇴하겠다"던 기존 발언이 시간 끌기용 '립 서비스'에 불과했다는 지적이다.
김재연 의원도 마찬가지다. 그 역시 청년비례 온라인투표가 전반적인 관리 지침도 없이 동일 IP에서 무수한 중복 투표가 이뤄져 부정 의혹이 제기됐다는 사실은 외면한 채 "청년비례선거와 관련한 오해와 억측은 해소됐다"는 주장을 폈다.
김 의원은 당 지도부를 향해 "청년비례선거가 문제가 없었음을 공식화하고 훼손된 청년선거인단의 명예를 회복시켜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두 의원은 전날 2차 진상조사 보고서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에 중앙당기위원회에 징계절차 연기 요청서를 제출했다. 최대한 시간을 끌며 새 지도부 선출 이후까지 버텨보자는 전략이다. 하지만 중앙당기위는 29일 전체회의를 열어 이들에 대한 제명안 처리를 마무리 지을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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