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廣東)성 중산(中山)시의 마을에서 외지 출신 소년과 현지 남학생의 다툼이 농민공과 주민들 사이의 유혈 충돌로 확대돼 마을 전체가 봉쇄되는 일이 벌어졌다. 농촌 출신의 도시 하층 노동자를 일컫는 농민공은 이미 중국에서 2억5,000만명을 넘은 상태인데, 광둥성은 농민공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에 따르면 25일 중산시 사시(沙溪)진의 하오투(豪吐)촌에서 이 마을 남학생(13)과 충칭(重慶)시 출신의 자퇴생(15) 간에 다툼이 벌어졌다. 두 소년은 거리에서 망고를 줍다가 싸운 뒤 자퇴생이 남학생을 학교로 찾아가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출동한 현지 공안은 외지인인 자퇴생만 붙잡아 손을 묶은 채 구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자퇴생의 부모와 농민공이 격분, 인근 지방에서 온 농민공들까지 합세하는 시위로 번졌다. 이들은 정부 건물을 에워싼 뒤 출동한 폭동진압 경찰에 벽돌 등을 던지고 경찰차 두 대를 부쉈다.
30여명으로 시작된 시위대는 규모가 커져 한때 1만명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26일 새벽 강제 해산됐다 같은 날 오전 다시 몰려들어 시위를 벌였다. 일부 홍콩 언론들은 경찰과 시위대의 충돌 과정에서 30명 이상이 다쳤고, 쓰촨(四川)성 출신 3명과 후난(湖南)성 출신 1명이 숨졌다는 소문이 있다고 전했다.
현재 사시진은 주요 도로가 봉쇄되는 등 외부와의 접근이 차단된 상태다. 주요 도로에는 무장 경찰들이 배치됐고 식당과 은행,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았다.
사시진은 현지 주민이 6만명, 외지 출신의 농민공이 10만여명인 주장(珠江) 삼각주 마을로, 의류 공장들이 밀집해 있다. 농민공이 더 많은데도 외지인인 농민공은 교육과 의료 등 모든 부문에서 현지인에 비해 큰 차별을 받고 있어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6월에도 광둥성 쩡청(增城)시에서 임신한 쓰촨성 출신 여성 농민공이 치안요원에게 폭행당하자 농민공들이 정부 건물에 불을 지르고 차를 불태우는 등 수일간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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