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이용자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무료통화. 카카오(카카오톡 운영사)의 '보이스톡'으로 대표되는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다. 하지만 보이스톡 서비스가 시작(6월4일)된 지 한 달이 다가오도록 mVoIP 시행은 지금 기약 없이 겉돌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태도가 mVoIP 표류를 초래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mVoIP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무료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서비스. 몇몇 업체들이 스타트를 끊었지만 '국민메신저'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을 도입하면서 본격적인 mVoIP시대는 열리는 듯했다.
하지만 보이스톡은 여전히 '반쪽'상태다. 무료통화공세에 큰 타격을 입게 될 이동통신사들이 고액 요금대에서만 mVoIP가 가능하도록 막아놓았기 때문. 공짜통화기술을 만들어 놓고 제대로 서비스할 수 없는 카카오측이나, 심각한 매출감소 상황에 직면한 이동통신사나, 공짜전화를 이용할 수 없는 소비자들이 모두 불만스러운 상태다.
문제는 방통위의 어정쩡한 태도다. 업계의 이해가 충돌하고 소비자들의 선택권이 제한받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주무당국이 조정을 해야겠지만, 방통위는 그저 눈치만보고 있다.
방통위는 카카오측과 이동통신사측의 대립이 불거지자 지난 8일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어느 한쪽 편을 들지는 않겠다는 뉘앙스였다.
이에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대안은 요금조정. SK텔레콤과 KT는 기존 요금제에 일정 추가 요금을 내면 120~180MB 용량의 mVoIP 이용을 허용할 방침이었다. LG유플러스는 3만원대 저가 요금제부터 5만원 이상 요금제에 걸쳐 mVoIP 이용량을 차등제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한 통신사 관계자는 "이동통신사 매출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이 음성통화인데 공짜전화를 다 받아들일 경우 살아남는 통신사는 하나도 없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mVoIP를 무작정 막을 수는 없는 만큼 요금제를 다양화해 소비자들이 선택하도록 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동통신사들은 이 같은 요금조정안을 갖고 지난 주부터 방통위와 협의에 들어갔다. 하지만 어떻게든 소비자 요금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부담을 느낀 방통위가 이동통신사들의 요금조정안을 모두 퇴짜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요금조정안을 모조리 퇴짜 놓는 게 무슨 시장자율인가. 말로만 자율이라고 해놓고 결국은 방통위의 가이드라인에 맞추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요금은 손 대지 말고 무조건 무료통화를 받아들이라는 게 방통위의 생각인 것 같다"면서 "이미 무료메신저 때문에 문자메시지매출이 격감한 상태에서 음성통화매출까지 빼앗긴다면 더 이상 통신망투자도 새로운 서비스개발도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시장자율에 맡기더라도 통신서비스는 국민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감한 서비스인 만큼 그냥 업체에만 맡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민정서나 정치적 부담 등을 이유로 무작정 요금을 규제하는 건 '생색내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지적이다. 예컨대 지난해 방통위가 기본료 1,000원 일괄 인하를 무리하게 밀어붙였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인하효과를 전혀 체감하지 못했고 이동통신사들만 연간 6,000억원의 손실을 떠안게 됐다. 무리한 요금간섭은 결국 통신사간 가격경쟁을 가로 막아 모든 통신사 요금이 똑같아지는 '붕어빵 요금'을 만들어내고, 결국 소비자선택권만 제약한다는 지적이다.
현재로선 mVoIP 요금제 결론은 내달 이후로 미뤄질 분위기다. 보이스톡 역시 당분간 반쪽 시행이 불가피해 보인다. 최근 이 문제와 관련해 공청회를 열었던 민주통합당 전병헌 의원은 "방통통신위원회를 수수방관위원회로 부르고 싶다"고 꼬집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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