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국무회의에서 통과된 한일 정보보호협정안은 군사비밀정보를 어떤 식으로 교환하고 제공된 정보를 어떻게 보호하며 정보가 유출되거나 손상됐을 때는 어떻게 처리한다는 내용의 절차 규정으로 이뤄져 있다. 그래서 향후 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실제 두 나라가 군사기밀을 주고받아야 할 의무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그러나 안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협정의 의미를 정부가 축소하려 한다고 의심하는 시각이 우세하다. 한일 양국 간의 전면적 군사 협력, 나아가 한ㆍ미ㆍ일 3국 간 확고한 동맹 관계 수립이라는 명확한 목적성이 없었다면, 뒷말까지 무릅써가며 정보보호협정을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았을 거란 얘기다.
이 협정의 표면적 취지는 두 나라의 정보 교류를 가능하게 하는 '틀'을 제공하려는 것이다. ▦정보 제공 경로 및 정보 관리자의 자격 ▦제공된 정보의 보호 의무 ▦정보의 관리 방법과 파기 절차 등과 관련한 조항들이 협정에 포함돼 있다.
그러나 단순한 틀만은 아니다.'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GSOMIA)'인 이 협정이 맺어지면 한일 양국은 북한군과 북한 사회의 동향, 북한 핵과 미사일에 관한 정보 등을 교류할 수 있게 된다. 한일 양국은 정보 교류가 양측 모두 이로울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는 "일본과의 협정은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 하에 필요해서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은 우리 해군이 2척만 보유한 이지스함이 5척 이상인 데다 우리 공군에 한 대뿐인 조기경보기를 10여대나 갖고 있는 등 대북 정찰ㆍ감시 능력이 상당하지만, 휴민트(humintㆍ인간정보원)를 활용한 우리의 대북정보 능력에 관심이 있다.
현재 우리 정부는 미국, 캐나다, 영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24개국과 군사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 이스라엘,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10개국과는 상호 군수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는'상호군수지원협정'을 체결한 상태다. 당초 정부는 상호군수지원협정까지 맺을 방침이었지만 자위대가 한반도에 파견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감안, 보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도 파장이 만만찮다. 당장 국내의 반대 여론을 감안하기보다 북한 미사일 방어와 중국의 팽창주의 견제를 위해 한일 간 공조 강화를 바라는 미국만 신경 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지난해 1월부터 미국의 요구에 의해 한ㆍ미ㆍ일 간 군사 협력이 강화되는 일련의 흐름에서 이번 협정을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며 "정보 공조뿐 아니라 작전 공조로까지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동북아 대립 구도를 재연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한다. 민주통합당은 논평에서 "(일본과의 군사 협력이) 동북아의 신 냉전구도를 고착화시키며 군비 증강과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협정체결 방침 철회를 요구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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