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잠실 LG전에서 6-4로 앞선 KIA의 9회말 마지막 수비. 마운드에 선 현역 최고령 투수 최향남(41ㆍKIA)은 선두 타자 박용택에게 2루타를 허용했으나 침착하게 아웃카운트를 늘렸다. 그러나 여전히 2사 3루로 홈런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절체절명의 위기. 산전수전을 다 겪은 '풍운아'최향남이었지만 전날 선동열 감독으로부터 전격적으로 마무리로 임명 받은 뒤 만원 관중 앞에 선 첫 출전이었기에 상기된 표정은 역력했다. 이 때 선 감독이 나섰다. LG의 오른손 대타 최영진과 상대해 볼카운트 2-2가 되자 마운드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23년 전'불펜의 선동열'로 불렸던 최향남을 선 감독이 직접 다독이는 장면이었다.
격려에 힘을 얻은 최향남은 최영진을 5구째 1루수 직선타로 잡아 내 팀 승리를 지키고 시즌 첫 세이브를 수확했다. 지난해 롯데에서 방출된 뒤 1년간 방황하다가 KIA에 입단 테스트를 자청했던 '초라한' 신고 선수에서 노장의 건재를 알리며 화려하게 마무리투수로 우뚝 선 순간이었다. 최향남은 경기 후"감독님께서 마운드로 와서 몸이 뜨고 있으니 차분하게 던지라고 했다"면서 "어제 보도를 통해 마무리가 된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특별한 생각은 들지 않았다. 롯데에서 마무리한 경험도 있고 내가 맡은 곳에서 최선을 다하면 그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향남은 세 번째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고 5경기 만에 거둔 첫 세이브였다. 41세 2개월 30일에 올린 세이브로 한화 송진우(41세 3개월 15일)에 이어 역대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관운장에 빗댄'향운장'으로 통했던 롯데 시절 2008년 9월11일 부산 넥센전 이후 1,385일 만이기도 하다. LG를 6-4로 제압한 7위 KIA는 4연승을 거둬 6위 LG와의 승차를 없앴다. LG는 5연패에 빠졌다. 17일 만에 돌아온 KIA 선발 윤석민은 5이닝 4안타 3실점 8삼진으로 잘 던져 시즌 4승(3패)째를 거뒀다.
목동에서는 선발 나이트의 호투에 힘입은 넥센이 두산을 4-1로 꺾고 3연승을 달렸다. 나이트는 8이닝 동안 6안타 3삼진 1실점으로 7승(2패)째를 거뒀다. 넥센 마무리 손승락은 9회 1이닝을 깔끔하게 막아내고 16세이브(3승2패)째를 올렸다. 두산 선발 이용찬은 5이닝 동안 7안타 3실점으로 패전 투수가 됐다.
부산에서는 선두 롯데가 한화를 9-2로 대파하고 파죽의 6연승을 질주했다. 한화는 사직구장 10연패. SK는 대구에서 삼성을 6-1로 꺾고 3연패를 마감했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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